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형이상학을 연구하는 철학자들은 통일된 방식으로 세계를 설명하려고 시도해 왔다. 이러한 시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인간 존재에 관한 논의다. 심신 문제는 자연계에서 인간이 갖는 독특한 지위를 해명하기 위한 시도다. 육체를 가진 인간은 분명 자연의 지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을 극복하고 지배할 수도 있는 정신 내지 이성을 지닌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간의 두 가지 측면, 즉 마음과 몸의 관계를 해명하는 것이 바로 심신 문제이고 이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특히 서양철학에서 심신 문제는 인간과 관련된 형이상학의 오랜 주제이면서 지금까지도 뜨거운 쟁점으로 남아 있다.
심신 문제가 인간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형이상학의 문제이다 보니 이 문제의 향방에 따라 다른 철학적·과학적 쟁점들에까지 미치는 파급효과와 영향이 크다. 또 철학 내부에서 여러 문제들과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선 도덕적 책임의 근거를 물어 윤리학의 근본을 반성하게 하는 자유와 필연의 문제, 인간과 생명의 존엄성을 다루는 생명윤리 문제들도 심신 문제에 영향을 받는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독특한 특성을 해명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철학적 인간학에 관한 논의는 사실상 심신 문제 논의의 향방과 직결된다. 심신 문제가 자연 속의 인간 위상을 결정하는 문제이면서 자연과 다른 인간의 특별함을 탐구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