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이야기」로 데뷔한 이래 30년 이상 강고하게 쌓아올린 옌롄커의 문학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장편소설로 손꼽히는 『물처럼 단단하게』가 드디어 국내 독자들을 찾아왔다. 세계사에서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기이한 형태인 1960~70년대 중국 문화 대혁명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욕망과 야망을 불태운 두 남녀는 거침없이 구시대적 사상, 문화, 풍속을 척결한다. 혁명은 욕망의 촉매제인가? 욕망은 혁명의 도화선인가? 문화대혁명이라는 ‘붉은 악몽’ 속에서 인간의 억압된 원초적 욕망은 순식간에 사회적 야망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소설은 남자와 여자, 밤과 낮, 사랑과 죽음, 국가와 개인, 지상과 지하, 협력과 배신까지 반복해서 양극단을 오간다. 한쪽은 삶, 혁명, 정치, 권력, 인민 등 위대한 마오쩌둥의 붉은 이름으로 가득 찬 양(陽)의 세계이고 다른 한쪽은 묘지, 땅굴, 정욕 등 음(陰)적인 욕망으로 가득 찬 세계이다. '혁명가곡'에 의해 촉발되는 충동적인 욕망만이 이 두 세계를 연결시킨다. 장대한 분량 속에서 전반부는 하층 계급에서 벗어나고자 모반을 꾀하며 권력욕과 성욕이 결합되는 과정을 그리고, 후반부에 와서는 그들이 더 큰 권력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은밀한 희생양이 되는 파국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문화대혁명의 중국 사회가 잉태해낸 괴물의 본질을 재해석해내 당대 중국 문학의 ‘문혁 서사’가 갖는 한계를 깨고 이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 작가는 고도의 언어적, 형식적 실험으로 ‘단단함’과 ‘연약함’ 간의 기묘한 변화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정치권력의 거대한 목소리를 해체하고, 광명의 지상 세계에 숨겨진 허위와 황당함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폭로하며 그 연약한 본질을 드러내 보인다. 작품 안에서 배치된 온갖 정치적 발언과 재현 형식은 때로는 한국 독자 입장에서는 다소 읽기를 방해할 수도 있을 만큼 밀도가 높지만 혁명 담론과 사적 욕망의 언어가 뒤엉켜 만들어내는 이러한 불협화음이야말로 『물처럼 단단하게』의 가장 커다란 매력이자 문학적 성취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Contents
한국어판 서문: 『물처럼 단단하게』와 차갑고도 뜨거운 나의 운명 ? 옌롄커
제1장 혁명과의 해후
1. 혁명의 이름으로 / 2. 혁명가 집안의 내력에 대하여 / 3. 붉은 음악 / 4. 혁명의 거센 파도
제2장 감도는 풍운
1. 청강진의 숨결 / 2. 혁명이 아닌 결혼 이야기 / 3. 청사로의 첫걸음 / 4. 혁명가의 그리움 / 5. 또 한 번 울리는 혁명의 노랫소리
제3장 단단함과 부드러움
1. 나와 장인 청톈칭 / 2. 본격적으로 시작된 혁명투쟁 / 3. 패방의 전투
제4장 자욱한 먹구름
1. 혁명가의 그리움 / 2. 대폭발 / 3. 대폭발
제5장 정책과 책략
1. 전환 / 2. 전환 / 3. 전환 / 4. 도표
제6장 혁명 낭만주의
1. 붉은 바다 / 2. 밀짚 아래 / 3. 오동나무 위에서
제7장 새로운 전투
1. 청사에서의 사랑 / 2. 청사의 전투 / 3. 승리
제8장 실패와 축전
1. 우공이산 / 2. 마침내 찾아온 축전 / 3. 변증의 모순
제9장 새로운 혁명
1. 발전 중인 모순과 새롭게 등장한 주요 모순 / 2. 삽 혁명가 / 3. 투쟁, 혁명병의 유일한 처방
제10장 위대한 승리
1. 적의 후방에서 / 2. 적의 후방에서 / 3. 적의 후방에서 / 4. 적의 후방에서
제11장 돌변하는 풍운
1. 〈회화나무 마을〉의 비극 / 2. 혁명의 전례 없는 성공 / 3. 태양 아래의 그림자 / 4. 특별구류실
제12장 개선
1. 「장정」 분해도 / 2. 포기할 수 없는 꿈 / 3. 사령부에 포격을
제13장 에필로그
1. 에필로그 / 2. 에필로그 / 3. 에필로그 / 4. 에필로그
Author
옌롄커,문현선
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났으며, 1985년 허난대학 정치교육과를 거쳐 1991년 해방군예술대학 문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부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다수의 장편소설과 중단편소설, 산문 등을 발표했다. 제1회, 2회 루쉰문학상과 제3회 라오서문학상을 비롯한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문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성취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일광유년(日光流年)』은 옌롄커 스스로 가장 큰 전환점이자 가장 기념할 만한 글쓰기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그 외에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물처럼 단단하게(堅硬如水)』 『레닌의 키스(受活)』 『딩씨 마을의 꿈(丁莊夢)』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 『풍아송(風雅頌)』 『사서(四書)』 『작렬지(炸裂誌)』, 산문집 『나와 아버지(我與父輩)』 등이 있다.
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났으며, 1985년 허난대학 정치교육과를 거쳐 1991년 해방군예술대학 문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부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다수의 장편소설과 중단편소설, 산문 등을 발표했다. 제1회, 2회 루쉰문학상과 제3회 라오서문학상을 비롯한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문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성취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일광유년(日光流年)』은 옌롄커 스스로 가장 큰 전환점이자 가장 기념할 만한 글쓰기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그 외에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물처럼 단단하게(堅硬如水)』 『레닌의 키스(受活)』 『딩씨 마을의 꿈(丁莊夢)』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 『풍아송(風雅頌)』 『사서(四書)』 『작렬지(炸裂誌)』, 산문집 『나와 아버지(我與父輩)』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