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현대문학사를 단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분단과 반공의 억압에 맞서 의식 깊숙이 각인된 폐해를 도려내는 도정’이 될 것이다. 문학에서 분단과 반공이 문제인 것은 남북 분단이 단순히 지리적인 단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의 근본 환경이자 콤플렉스의 근본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 족쇄는 우리 현대 문학에서 대동강이나 성천강 등 북한 지역이나, 다혈질의 함흥 사람들이나 경제관념이 강한 개성 사람들 같은 인물군상을 찾아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글을 쓰는 작가의 내면의 틀을 획정해버린 것이기도 하다.
분단 이후 우리의 삶은 근원적으로 ‘반공주의’에 의해 규율되어왔다. 반공주의는 하나의 ‘공포’로 우리 안에 내재화되어, 일반 개인들조차 감시와 통제의 기재를 내면화한 이념적 사시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균형감각을 가지고 당대 사회의 습관이나 인습, 금기와 획일주의 등에 맞서면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작가들마저 무의식적ㆍ의식적 자기검열을 거쳐 창작활동을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이 책은 또 다시 우리의 의식의 균형이 무너지려 하는 지금, 우리 소설사에 각인된 분단과 반공의 트라우마를 고찰한다.
Contents
책머리에
1부__현대소설과 반공의 트라우마
반공주의와 자전소설의 형식
―박완서를 중심으로
1. 작품과 사회 현실
2. 반공주의의 압력과 작가의 자기검열
3. 작가의 균형감각과 성찰의 시선
4. 자전소설의 의미와 지평
기억 속의 공간과 체험의 서사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을 중심으로
1. 개인의 체험과 서사
2. 기억 속의 고향과 비극적 체험
3. 역사의 격랑과 민족의 현실
4. 부활과 탄생의 공간
반공의 공포와 작가의 자기 검열
―[남과 북]의 개작을 중심으로
1. ‘반공’의 규율과 소설의 개작
2. 개작으로 드러난 반공의 규율과 양상
3. 전쟁의 고발과 증언의 서사
민족사로 승화된 가족사의 비극
―김원일의 삶과 문학
1. 김원일 문학의 원점
2. 유년의 상처와 혼돈
3. 이데올로기와 전쟁, 그리고 휴머니즘
4. 분단 극복으로 가는 길
사대부의식과 반공주의
―[영웅시대]를 통해 본 보수 이념의 존재방식
1. 현대문학사와 이념의 길항 과정
2. 사대부의 자존과 정치적 무의식
3. 종부의 소명의식과 반공의 현실
4. 정전의 의미와 존재방식
변경의 삶과 자기 정당화의 논리
―이문열의 [변경]을 중심으로
1. ??변경??의 문제성
2. 반공의 규율과 주변부의 삶
3. 탈 변경의 욕망과 정치적 무의식
4. 제국의 의지와 변경인의 운명
5. 자기 고백과 변명의 서사
반공 사회의 규율과 문학의 증언
―이호철의 [심천도]를 중심으로
1. 현대소설과 반공의 광기
2. 4 19 정신과 비판적 주체
3. 반공의 규율과 억압의 논리
4. 탈 반공의 의지와 신념
분단 현실과 문학적 대응의 양상
―1970년대 분단소설을 중심으로
1. 분단소설의 형성
2. 분단 현실의 자기화와 주체적 인식의 심화
3. 70년대 분단소설의 성과와 한계
2부__분단과 북한문학의 형식
자기성찰과 ‘주체’ 정립의 도정
―허준의 삶과 문학
1. 허준 문학과 주체의 여정
2. 성찰적 주체와 내면의 지향
3. 정치 현실과 인정의 세계
4. 주체와 타자의 길항 과정
일상의 서사화, 혹은 수필과 동화의 형식
―안회남과 현덕의 경우
1. 안회남과 현덕, 유사함과 차이
2. 일상의 삶과 수필의 형식-안회남
3. 불우한 현실과 동화적 분위기-현덕
4. 일상의 서사화, 그 성과와 의미
해방 후 한설야 소설과 김일성의 형상
1. 한설야의 문제성
2. 해방과 ‘소련’의 의미
3.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과 소련
4. 김일성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민중적 시각
5. 한설야의 숙청과 북한문학의 전일화
총서라는 거대서사 혹은 허위의식
1. ‘북한’이라는 타자
2. 총서의 창작 배경과 구성적 특성
3. 총서의 내용과 원근법
4. 총서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