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우리에겐 수많은 일이 일어나고, 우리는 많은 일을 한다. 또한 많은 고민 속에 빠진다. 그런 고민 가운데 가장 많은 물음이 이런 것들이 아닐까! ‘과연 나는 누구인가?’ ‘대체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죽을까?’ 이런 물음들은 삶이 힘들수록, 외로울수록 혹은 하던 일이 맘대로 되지 않을 때는 전염병처럼 우리의 마음속에서 움트고, 심지어 인생의 길목을 가로막고 물러나지 않는다.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굳건했던 신념조차 여름날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앞서간 선배들의 삶을 경건한 마음으로 들여다본다면, 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만으로 얼마나 행복하고, 고마운가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 작가 클로드 모르강의 자전소설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은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여기서…… 나는 뭘 하고 있는가?”라고 묻는 이들에게 꼭 들려주고픈 한 레지스탕스의 삶의 보고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