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금까지 무수히 출간됐던 ‘명망가의 점잖은 후일담’과는 류가 다르다. 제목은 거창하나 알맹이는 별로고, 국민이 궁금해하는 진실에 대한 이야기는 없거나, 혹 있더라도 알맹이 빼고 두루뭉수리로 일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3월 10일 오전 청와대에 전화를 걸었다. 김우식 비서실장이 받았다. “사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건 위험한 일이에요. 어떻게 하든 수습해야 합니다.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어디 있습니까. 노대통령에게 간곡하게 얘기해주시오. 오늘 저녁도 좋고, 내일 새벽이나 밤도 좋아요. 장소는 청와대도 좋고 의장 공관 또는 다른 어느 곳이라도 좋아요. 노대통령을 모시고 나오시오. 내가 어떤 명분이든 야 3당 대표들을 끌고 나가겠습니다. 거듭 부탁합니다.”
그래놓고 전화를 기다렸다. 대통령이 비록 정국을 여기까지 끌어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목욕탕에 갈 때도 전화기를 비서에게 맡겨놓고 한 순간도 걸려오는 전화를 놓치지 않도록 했다. 오후 5시경에야 김우식 실장이 전화를 해왔다.
“의장님의 뜻을 대통령님께 전달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의장님의 뜻은 고마우나 지금 당신께서 너무 지쳐 있어서 만날 필요가 없다고 하십니다.” 이것이 대통령의 ‘뜻’이었다.
대통령이 “너무 지쳐 있다”고 했다. 지쳐 있기로는 국민이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국가’가 만약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지금 우리 국가가 느끼는 피로도는 또 얼마나 심하겠는가. “지쳐서 만나지 못한다”는 대통령의 뜻을 확인하고 나는 절망의 나락에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때 느낀 것이 ‘아, 이 사람들이 파국을 원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 ‘이들이 탄핵이라는 절망적인 사태를 일부러 불러왔구나’, ‘국가를 벼랑에 세워놓고 정치적인 목표를 거머쥐려는 책략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 책의 가장 큰 덕목은 용기와 구체성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잘 지내온 사람과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눈치보기도 없다. 보통사람은 자세히 알 것 없고 대충 그 정도만 알면 된다는 식의 오만한 권위의식도 없다. 자신이 겪고 듣고 본 일을 국민에게 정확하고 치열하게 보고하는 긴장된 자세를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 김원기 국회의장 등 거의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실명으로 생생하게 대화를 나눈다.
Contents
1. 탄핵 - 얻은 것과 잃은 것
가장 외로웠던 시간
타는 불에 기름 붓기
탄핵은 피할 수 있었다
얻은 것은 권력, 잃은 것은 良識이었다
자업자득
풀리지 않는 의문
2. 政治는 실종되고 政治工學만 남았다
청와대 1년이면 제왕이 된다
公約과 空約
위선의 정치문화
대통령병도 고칠 수 있다
나라의 품격과 대통령의 품격
파당에서 정당으로
이미지 정치의 실상과 허
파도소리와 베개
선거와 국회의원의 전문성
정치자금은 절대악인가
양원제 채택, 대선과 총선 동시에 실시해야
3. 좌파는 있다
한 진보 정치인의 보수화
주체사상 - 버렸는가, 감추었는가
허위의 왕국
아득히 먼 나라의 풍경
"증거를 대라"
오동잎 한 잎 떨어지면
통일? 그거 왜 해야 하는데?
4. 핵무기와 "우리의 소원은"
벼랑 끝 전술과 치킨게임
인질이 된 한반도
이상한 仲裁者
實用外交와 失利外交
平和的 核主權을 되찾자
한국에서 고생하는 이솝우화
탈북 동포 죽이는 "조용한 외교"
그들만의 평화
북한의 민주화가 평화통일의 길이다
5. 위기는 기회다
토끼에 대한 착시현상
"한국에서 기업하지 않겠다"
강남에 사는 것이 죄인가?
권력은 시장을 싫어한다
선무당이 경제 잡는다
금융실명제 실시의 교훈
不信카드와 私的資金
기업과 노조, 왜 싸우나?
市場과 自由, 그리고 民主主義를 다시 생각하자
통합의 리더십과 中道政治
그래도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