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의 수많은 착종과 당착의 실마리들을 단서 삼아 고대의 경험을 감지하는 것은 독자들의 마땅한 몫이다. 그들의 궁극적 지향점은 경험 당대의 진실이되, 그에 이르기 위해서는 설명 당대의 진실을 경유해야만 한다. 『삼국사기』의 역사 인식과 그를 규정한 현실 인식은, 그러므로 고대를 둘러싸고 있는 차폐물인 동시에 이른바 하나의 ‘관견’이다. 독자들은 비좁은 대롱에 눈을 대고 저 혼돈의 고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거대한 고대의 경험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규정할 수 없는 고대의 집합체 앞에서 『삼국사기』는 하나의 시선이며 시각이다. 시선은 고대를 대상으로 하며, 시각은 중세를 기반으로 한다.
Contents
머리말·5
일러두기·14
1장 『삼국사기』가 매개하는 것·15
1. 읽히지 않는 고전·15
2. 고대를 향한 흐린 창·22
2장 위기의 시대 12세기·31
1. 거대한 전환과 질서의 전도·31
2. 조선역사상 일천년래 제일대사건·42
3장 김부식, 정치가와 역사가·53
1. 정치 현실과 관료의 길·53
2. 현실 대안의 모색과 충돌·61
3. 좌절, 그리고 절제된 항의·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