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잘 알려진 대로 제1인의 원인, 가령 부동의 원동자를 찾는 사유의 패러다임을 기본으로 하는데, 그것은 다시 주체/대상, 주관/객관 식의 근대적 패러다임으로도 변주된다. 만약 이 패러다임을 현재의 디지털기술에 적용한다면 우리는 진퇴양난에 빠질 뿐만 아니라 기술의 진행에 비해 ‘후진적인 상태’로 머물고 말 것이다. 그것은 사유의 일종의 주권을 주체/주관에서 대상/객체로 옮기자는 주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 ‘객체지형철학’이라는 대안으로도 극복 불가능할 것이다.
저자가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일종의 ‘관계론의 철학’(‘관계의 철학’이 아니다)으로 기존의 존재론과 형이상학을 혁신하자는 것인데, 실제로 현재의 디지털기술이 지향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점에서 저자의 문제의식은 상당한 현실성을 갖는다. 즉 가령 SNS, 페이스북, 틱톡 등은 이미 용어에서부터 관계 또는 대화 지향적이다. 하지만 물론 그것이 과연 또 다른 소외의 한 형태가 아닌지 하는 의심을 우리는 지속적으로 떨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같은 철학의 출발점부터 흄과 후설에 대한 상술 등 ‘관계론의 철학’을 깊이 있게 논구한 주요 철학자들에 대한 전혀 새로운 독법을 제시하는 한편 디지털 기술의 ‘논리학’과 ‘형이상학’을 새로운 사유의 대상으로 끌어내고 있는 저자가 본서에서 흥미진진하게 펼쳐보이고 있는 발상의 전환은 본서를 21세기의 필독서이자 교양서로 만들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Contents
역자서문
한국어판 서문
서론 ? 디지털적 대상의 탐구: 개요
대상 57
자연적 대상: 실체와 주체 사이에서/기술적 대상: 실체로부터 ‘환경’으로/디지털78
디지털물리학과 컴퓨터적 형이상학78
정보철학82
디지털적 대상: 물질이 기술시스템과 맺는 관계86
존재94
방법: 크기의 등급94
개체발생: 온톨로지들 대 존재론99
망상화와 수렴103
본서의 구조110
1부 대상117
1장 디지털적 대상의 발생120
디지털적 대상과 그것의 ‘환경’
대상과 데이터의 이중운동125
기술적 대상의 개별화133
GML로부터 HTML로: 기술적 경향으로서의 형태139
질료형상론과 개별화143
XML과 웹온톨로지의 등장150
2장 디지털적 대상과 온톨로지163
디지털적 대상의 기원164
존재-인식론과 제1철학169
온톨로지 그리고 지식의 재현175
후설과 형식적 존재론의 기원179
기계 지향성과 컴퓨터적 온톨로지188
캔트웰 스미스의 대상들의 기원론194
온톨로지에서 기초존재론으로199
하이데거 그리고 닦달의 기원205
대상의 탈착과 세계에의 부착209
2부 관계215
3장 네트워크의 공간217
용재자 대 전재자219
기술적 대상, 기호 그리고 공간224
관계에 대한 하이데거의 해석?230
후설과 소여성-문제233
관계적인 것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딜레마와 중세의 해석들237
아리스토텔레스적 실체-우유성 짝 맺기에 대한 흄의 비판 244
후설의 ‘급진적’ 흄 ‘해석’249
흄의 철학적 관계252
관계의 형식화: 라이프니츠와 러셀260
관계논리와 관계형DB265
관계, URI 그리고 정보검색268
‘환경’과 세계: 윅스퀼과 하이데거에 대해273
기술과 ‘환경’: 르루아-구랑과 스티글러에 관해280
4장 기술시스템의 시간 285
간주체성과 맥락291
맥락과 ‘환경’297
간대상적 관계301
기술진보로서의 간대상성308
‘환경’으로부터 시스템으로312
정보시스템과 웹317
간대상적 관계로서의 시간320
기술시스템 속의 시간324
시계-시간325
논리적 시간329
위상(학)적 시간332
기술진보의 한계 그리고 수렴337
6장 논리(학)와 시간403
하이데거의 첫 번째 전회408
하이데거와 위너의 언어 및 시간론413
칸트의 회피와 종합의 본질417
시간적 종합과 형이상학의 기초421
칸트 이후의 네 번째 종합425
종합으로서의 알고리즘429
재귀성과 컴퓨터적 해석학435
3차 예지438
네 번째 종합 이후의 반복444
시스템 이후의 ‘환경’: 기계학을 향해450
감사의 말458
[찾아보기]460
Author
허욱,조형준,이철규,임완철
홍콩 출신의 철학자로 독일의 로이파나Leuphana대학교와 중국의 차이나 아카데미 오브 아트China Academy of Art에서 가르치고 있다. 국제시몽동연구센터 회원으로 본서 외에도 On the Existence of Digital Objects(2016)와 Recursivity and Contingency 등의 저서가 있다. 런던의 골드스미스에서 스티글러의 지도 아래 (기술)철학을 전공했다. 서양 형이상학의 존재?―?망각을 극복하려고 한 하이데거를 다시 기술?―?망각 테제를 통해 넘어서고자 하는 스티글러의 문제의식과 공명하고 또 대화하면서 ‘21세기의 기술 문명 극복’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동양’의 눈을 통해 글로벌하게 모색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절박한 이 과제를 동서양을 두루 아우르면서 새롭게 사유하려는 선구적인 시도 중의 하나를 대변하는 이 신진학자의 새로운 시도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유럽 등 전 세계에 걸쳐 널리 주목받고 있다.
홍콩 출신의 철학자로 독일의 로이파나Leuphana대학교와 중국의 차이나 아카데미 오브 아트China Academy of Art에서 가르치고 있다. 국제시몽동연구센터 회원으로 본서 외에도 On the Existence of Digital Objects(2016)와 Recursivity and Contingency 등의 저서가 있다. 런던의 골드스미스에서 스티글러의 지도 아래 (기술)철학을 전공했다. 서양 형이상학의 존재?―?망각을 극복하려고 한 하이데거를 다시 기술?―?망각 테제를 통해 넘어서고자 하는 스티글러의 문제의식과 공명하고 또 대화하면서 ‘21세기의 기술 문명 극복’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동양’의 눈을 통해 글로벌하게 모색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절박한 이 과제를 동서양을 두루 아우르면서 새롭게 사유하려는 선구적인 시도 중의 하나를 대변하는 이 신진학자의 새로운 시도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유럽 등 전 세계에 걸쳐 널리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