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에서의 라캉 수용은 주로 지젝을 통해 그리고 영미권을 통해 이루어져 왔으며, 정작 라캉의 유업을 잇고 있는 자크-알랭 밀레의 작업을 통해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젝 식의 라캉 이해란 기본적으로 철학적 라캉 이해였으며, 그것은 헤겔(주의)적인 라캉 이해라고 할 수 있었다. 잘 알려져 있는 대로 지젝을 통한 라캉 전유의 일정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젝에게서는 임상에 대한 논의가 부재하는 한계는 물론 라캉이 ‘지젝’ 식으로 전유되면서 역설적으로 라캉의 진짜 모습은 사라지고 ‘난해한’ 라캉은 읽지 않아도 되는 부정적 결과가 빚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이러한 지젝 식의 라캉을 ‘뒤집어’ 라캉을 라캉에게 돌려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것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프로이트 대 라캉’을 넘어 ‘라캉 대 라캉’이라고 제안한다. 왜냐하면 밀레 말대로 “라캉에게 이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밀레의 이 말만큼 그동안 한국에게서의 라캉 수용에 충격적인 말도 없을 것이다. 즉 포스트모더니즘을 타고 한국으로 들어온 라캉은 주로 ‘사상가’, ‘이론가’의 모습을 띠고 있었지만 밀레에 따르면 그러한 이론이나 사상은 라캉에게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의 우리의 라캉 독법은 라캉이 가장 강하게 거부해온 것을 가장 열심히 맹목적으로 쫓아온 셈이다.
그러면 왜 ‘라캉 대 라캉’일까? 이것은 라캉의 필생의 작업의 특징과도 관련되어 있는데, 저자 말에 따르면 라캉의 작업은 ‘진리를 향한 부단한 추구와 자기 혁신, 자기 갱신 과정’이었으며 라캉은 죽기 직전까지도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현상은 어떤 명료한 개념이나 이론으로 말끔하게 정리되기보다는 끊임없는 모순과 변덕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오히려 ‘모순 속의 이론’이 인간의 진실에 더 가까지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라캉이 라캉에게 물어보고, 논쟁하고. 토론하는 방법보다 더 라캉에게 진정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없지 않을까?
이것은 단순히 라캉을 넘어 우리가 어떤 사상가를 독해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특히 이 ‘라캉 대 라캉’이라는 철저하게 내재적 독법은 어떤 사람의 이론과 사상 속에 존재하는 공백을 메우고, 모순을 제거하고, 검은색을 희색으로 세탁하는 작업이 아니라는 데 특징이 있다. 아마 이것의 가장 큰 폐해를 보여주는 것이 마르크스주의일 것이다. 즉 그것은 곧장 신학 아니면 성자전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자는 본서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라캉 대 라캉’이라는 진정한 내재적 독법이 얼마나 신선하고 자극적인 이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Contents
한국어판 서문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1부 전기 라캉
1장 거울과 시간
상상계, 상징계, 현실계
L 도식
시간의 논리
2장 언어의 구조
기호
공시태와 통시태
누빔점point de capiton
무의식의 형성물들
은유와 환유
3장 욕망
헤겔 ―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반복과 욕망
울음소리
부성 은유
욕망의 그래프
S()
욕망의 그래프(계속)
토템과 터부
한 아이가 맞고 있다
모태
주체의 전복과 욕망의 변증법
2부 중기 라캉
4장 정신분석의 윤리
과학적 심리학 초고
죽음충동
향락
리비도
충동
승화
무로부터의Ex nihilo 창조
죄책감
금지
진, 선, 미
정신분석의 윤리
5장 동일화와 대상 a
세 가지 동일화
판단
박탈, 거절, 거세
원환체
엠마 사례
쥐인간 사례
도라 사례
대상 a
크로스 캡
6장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
무의식
반복과 전이
충동
소외-분리
3부 후기 라캉
7장 조이스에게로 ― 21세기의 정신분석
네 가지 담화
성별화性別化 공식
일자
라랑그
보로메오 매듭
조이스
신체
생톰
추천사: ‘라캉 대 라캉’ ― 가장 명료한 라캉 정신분석 입문(정신분석의/ 교토대 교수)
Author
무까이 마사아끼,임창석,이지영
1948년에 가가와현에서 출생했으며 파리 8대학 정신분석학과에서 DEA를 수료하고 바타이유Laurence Bataille, 줄리앵Philippe Julien에게서 분석 교육을 받고 프랑스에서 정신분석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라캉의 ‘세미나’를 직접 청강했으며 프랑스의 정통 라캉학파인 프로이트대의大義학파La Cause freudienne와 학문적 교류를 하며 핵심 멤버가 되었다. 『정신의학과 철학』, 『생각하는 다리 ― ‘뇌의 시대’의 정신분석』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크-알랭 밀레의 권유로 <도쿄정신분석서클>을 결성, 현재까지 활발한 연구와 강연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그의 긴밀한 협조로 『에크리』를 새로 번역하고 『또 다른 에크리』를 번역했다.
1948년에 가가와현에서 출생했으며 파리 8대학 정신분석학과에서 DEA를 수료하고 바타이유Laurence Bataille, 줄리앵Philippe Julien에게서 분석 교육을 받고 프랑스에서 정신분석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라캉의 ‘세미나’를 직접 청강했으며 프랑스의 정통 라캉학파인 프로이트대의大義학파La Cause freudienne와 학문적 교류를 하며 핵심 멤버가 되었다. 『정신의학과 철학』, 『생각하는 다리 ― ‘뇌의 시대’의 정신분석』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크-알랭 밀레의 권유로 <도쿄정신분석서클>을 결성, 현재까지 활발한 연구와 강연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그의 긴밀한 협조로 『에크리』를 새로 번역하고 『또 다른 에크리』를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