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서사시』라는 제목 아래 괴테의 『파우스트』,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이 함께 묶여 있다. 『파우스트』의 경우에는 괴테가 극장에서 직접 낭송하기도 했다고 하니 굳이 '시'라고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소설'들을 어떻게 '근대의 서사시'라며 다룰 수 있다는 말인가?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 설명하기 힘든 묘한 매력을 느낀 독자들은 이 작품을 비롯한 남미 문학의 한 경향으로 이름지어진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단어에 수긍하게 된다. '마술'과 '사실(real)'의 기묘한 한 쌍은 사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이 표현은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읽고 난 감상을 최대한 정확히 묘사해 놓은 것이지만, 작품의 매력을 해명하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프랑코 모레티는 『파우스트』, 『율리시즈』, 『백 년 동안의 고독』등을 근대와 부르조아지 문화의 산물인 '소설'과는 다른 유형의 작품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근대라는, '원을 사각형으로 만들려는 불가능한 프로젝트'에서 자유롭거나, 그 영향을 거부했던 문화들 속에서 '근대의 서사시'는 여전히 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백 년 동안의 고독』과 남미문학 역시 이 범주에 든다는 주장이다.
쉽게 풀어쓰려는 노력이 역력한 번역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없다. 또, 소설이라는 장르가 뭐라고 불리던 별 상관이 없는 독자라면 선택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파우스트』의 1부와 2부가 가졌던 묘한 불일치, 『율리시즈』의 난해함에 대해 무언가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문학도에게 이 책은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Contents
옮긴이의 글
감사의 말
서론
1부 『파우스트』와 19세기
1장
"나는 영웅을 원한다......" / "태초에 행위가 있었느니라" / 문학의 진화 1 / 결백의 수사학 / "그는 거대한 사업의 한상을 본다"
2장
물려받은 형식 / 비동시대성 / "수많은 작고 독립적인 세계들" / 세계 텍스트 1
3장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음악의 복마전" / 아메리카에서의 다성성 1 / 아메리카에서의 다성성 1 / "기계적 과정을 전적으로 확신하며" / 문학의 진화 2
4장
알레고리와 모더니티 1 / "내 생각에, 당신은 우리 모두를 알 텐데" / 기호가 미쳐 날뛰다 / 알레고리와 모더니티 2 / "하지만 무한한 형태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행 : 『니벨룽겐의 반지』
5장
"영웅이여, 먼저 내 잔 한 잔 받구려. 아무리 먼 과거의 일이라도 그대로부터 도망치지 못하게" / 기념비적인 딜레탕디즘 / 이중적인 신화 / 이행의 예술 / 복잡성 1
2부 『율리시즈』와 20세기
6장
여인들의 천국 / 의식의 흐름 / 무심함의 사회학 / 거대한 '아마도' / 현현, 마들렌, 라이트모티브 / 세계 텍스트 2 / 자유연상
보론 : 의식의 흐름 - 한 기교의 진화
"어머, 저건 나잖아!" / 잃어버린 기회들 / 왜 조이스인가
7장
다른 율리시즈 / 문학의 진화 3 / 장치의 해방 / 조이스,카프카 / 영혼과 엄밀함
8장
복잡성 2 / 반(反)모더니즘 / 타협
에필로그 : 『백 년 동안의 고독』
9장
마술적 리얼리즘 / 뤼베크로부터 마콘도로 / 비동시대성 2 / 결백의 수사학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