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과 무기력만 남은 듯한 세상에 희망이라는 농담을 던지며 자신을 향한 믿음을 놓지 않는 청년 세대의 모습을 그리는 시인, 고선경의 첫번째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를 문학동네시인선 202번으로 출간한다. 이문재, 정끝별 시인으로부터 넘치는 “시적 패기”(조선일보 신춘문예 심사평)로 써나갈 시의 힘이 기대된다는 평을 받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오래된 테이프를 재생하듯 한 시대를 풍미한 문화 요소를 배치해 읽는 이를 공감과 향수로 가득한 시세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딴청과도 같은 회상이 끝나고 돌아온 이십대는 그러나 지고 또 지는 게임의 연속이다. 시인은 자조적이면서도 능청스러운 유머로 고단한 현실을 비틀고, 미지의 내일에 향기롭고 경쾌한 상상을 덧입힌다. 너머를 상상할 수 있기에 앞으로를 다짐하고, 사랑을 약속하며, 끝없는 소망을 품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편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꿈꿈으로써 또 한번 오늘을 살아내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Contents
시인의 말
1부 여름 오후의 슬러시
우리는 목이 마르고 자주 등이 젖지
여름 오후의 슬러시
샤워젤과 소다수
유통기한이 지난 약은 약국에 버려주시면 됩니다
연장전
잼이 되지 못한 과거
오! 라일락
우리의 보사노바
내가 가장 귀여웠을 때 나는 땅콩이 없는 자유시간을 먹고 싶었다
방과후 우리의 발생
여름밤 괴담에서는 목탄 냄새가 난다밝은 산책
츠키에게는
Come Back Home
2부 소다맛 설탕맛 돌고래맛 혼잣말
토마토 젤리
알프스산맥에 중국집 차리기
돈이 많았으면 좋겠지
땅콩다운 땅콩
일요일 오전의 짜파게티
리얼 다큐멘터리
스트릿 문학 파이터
살아남아라! 개복치―몰라 몰라 내가 죽은 진짜 이유를
사이버 시옷시옷
내가 심장 속에서 울타리를 꺼냈잖아
긴 주말
건강에 좋은 시
3부 진짜로 끝나버렸어 여름!
우주 달팽이 정거장
여름 감기
수정과 세리
메론 껍질에 남은 향기와 과육을 갉아먹는 벌레들
부루마불
반딧불이와 금붕어
메론소다와 나폴리탄
파르코백화점이 보이는 시부야 카페에서
사랑의 달인
밸런타인데이에 뱀파이어에게 초콜릿을 받은 건에 관하여
별사탕과 연금술사
옥수수 알갱이처럼 가벼운
진짜로 끝나버렸어 여름!
4부 미워서 하는 말이 아니야
무대륙
몬스터의 유품
어떻게 지내?
완벽한 휴가의 클리셰
삼다수 싸게 팝니다
세나 나나 나나세
외계인이 초능력을 쓸 거라는 생각은 누가 처음 했을까?
시집 코너
친구, 아직도 콜드플레이와 데미안 라이스를 듣는가
물속의 어항
세기말을 떠나온 신인류는 종말을 아꼈다
숨어 듣는 명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