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무너질 때, 유일한 윤리적 행위는 그것에 대해 말하고, 쓰고, 행동하고, 노래하는 것이다.” _아룬다티 로이([이코노믹 타임스] 인터뷰 중에서)
1997년 데뷔작 『작은 것들의 신』으로 단번에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신작 장편소설 『지복의 성자』가 출간되었다. 첫 작품 이후 인권운동가이자 환경운동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사회참여적인 에세이에 힘을 쏟아온 그가 무려 20년 만에 내놓은 두번째 소설이다. 소설가로서 긴 침묵 끝에 발표한 신작이었기에, 평단과 독자의 반응도 뜨거웠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작은 것들의 신』에 이어 이 작품 역시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인도 델리와 카슈미르 지역을 주요 배경으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수십 년을 오가며 펼쳐지는 이 장대한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형태와 양상을 띤 삶과 죽음이 처절할 만큼 생생하게 담겨 있다. 작가는 종교와 계급과 파벌 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죽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인도의 참혹한 현실을, 특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억압받고 배척당하는 이들의 고난을 강렬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작가가 분열로 고통받는 고국을 바라보는 눈길은 타자를 향한 대상화의 시선이 아니라 공감과 연민이 담긴, 철저히 내부자적인 것이기에 혹독하면서도 애처롭고 애틋하다. 그 시선은 매일같이 수많은 이들의 삶이 무참하게 저무는 황폐한 땅 위에서 멎지 않고, 더 깊은 곳까지, 벌어진 상처 깊숙이 희망이 끝내 뿌리를 내리는 곳까지 가닿는다.
아룬다티 로이는 『지복의 성자』를 10년 동안 집필했다. 이야기의 씨앗을 품은 세계가 다가와 내면에 터를 잡고, 길을 닦고, 서서히 모양새를 갖출 때까지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그렇게 기나긴 숙고의 시간을 거쳐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쌓아올린 이 작품 속에서는 모든 것이 살아 있다. 인물과 동식물뿐 아니라 사물과 공간까지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생동감이 단순한 문학적 기교가 아니라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의 본질이라는 점이다. 로이가 지향하는 문학은 그저 눈으로 감상하는 평면적인 풍경이 아니라 독자들이 직접 거닐며 체험할 수 있는 삼차원적인 공간이다.
작가는 실체적 진실이 힘을 잃어가는 시대에, 오직 소설만이 우리 사회의 본모습을 거짓 없이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복의 성자』가 정치적인 선언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소설은 현실을 다루어야 하지만, 나는 현실을 다루기 위해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그저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을 뿐”([보그] 인터뷰 중에서)이라 반박했다. 물론 이 작품은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한 이후 분쟁과 내전이 끊이지 않는 카슈미르의 현실과, 2002년 구자라트에서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벌어진 학살 등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역사적 사건들은 작품 외적인 맥락 때문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처한 작품 내적인 현실로서 온전히 기능하기에 설득력을 가진다. 그리고 그럴 때에야, 소설이 소설로서 완전할 때에야 문학은 현실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로이는 2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오직 훌륭한 문학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로 세상의 작은 존재들에게 진실한 애도와 사랑과 혁명의 시를 바친다.
Contents
1 . 늙은 새들은 어디에 가서 죽는가? _ 013
2 . 콰브가 _ 018
3 . 탄생 _ 131
4 . 아자드 바르티야 박사 _ 170
5 . 느린 거위 쫓기 _ 182
6 . 훗날에 대한 몇 가지 의문들 _ 188
7 . 집주인 _ 191
8 . 세입자 _ 285
9 . 미스 제빈 1세의 때 이른 죽음 _ 409
10 . 지복의 성자 _ 521
11 . 집주인 _ 560
12 . 귀 키욤 _ 569
감사의 말 _ 575
옮긴이의 말 히즈라의 공동묘지 파라다이스 _ 581
Author
아룬다티 로이,민승남
영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한 인도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환경·반핵·반세계화 운동가다. 1961년 시리아 기독교인 어머니와 힌두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인도 남단의 케랄라 주의 아예메넴에서 성장했다. 건축학을 공부하였으며 시나리오 집필, 영화 연출 등 활동을 하다가 영국에서 낸 소설 『작은 것들의 신 The God of Small Things』으로 1997년 부커상(Booker Prize)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수상 덕분에 얻은 대중적 인기와 언론의 주목을 뿌리치고 인도로 돌아가 인권·환경·반핵·반세계 운동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대중 강연과 글쓰기에도 힘쓰고 있다.
『전쟁을 말한다 War Talk』, 『힘의 정치 Power Politics』, 『생존의 비용 The Cost of Living』 등 세 권의 에세이 모음집을 출간했으며, 데이비드 바사미안(David Barsamian)의 저서 『수표장과 크루즈 미사일: 아룬다티 로이와의 대화 The Checkbook and the Cruise Missile: Conversations with Arundhati Roy』에서 대담자로 등장하기도 했다. 문화적 자유에 기여한 공로로 2002년에 래넌상(Lannon Award)을 수상했다. 한때 건축 교육을 받기도 했던 그는 현재 인도 뉴델리(New Delhi)에 살고 있다.
영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한 인도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환경·반핵·반세계화 운동가다. 1961년 시리아 기독교인 어머니와 힌두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인도 남단의 케랄라 주의 아예메넴에서 성장했다. 건축학을 공부하였으며 시나리오 집필, 영화 연출 등 활동을 하다가 영국에서 낸 소설 『작은 것들의 신 The God of Small Things』으로 1997년 부커상(Booker Prize)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수상 덕분에 얻은 대중적 인기와 언론의 주목을 뿌리치고 인도로 돌아가 인권·환경·반핵·반세계 운동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대중 강연과 글쓰기에도 힘쓰고 있다.
『전쟁을 말한다 War Talk』, 『힘의 정치 Power Politics』, 『생존의 비용 The Cost of Living』 등 세 권의 에세이 모음집을 출간했으며, 데이비드 바사미안(David Barsamian)의 저서 『수표장과 크루즈 미사일: 아룬다티 로이와의 대화 The Checkbook and the Cruise Missile: Conversations with Arundhati Roy』에서 대담자로 등장하기도 했다. 문화적 자유에 기여한 공로로 2002년에 래넌상(Lannon Award)을 수상했다. 한때 건축 교육을 받기도 했던 그는 현재 인도 뉴델리(New Delhi)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