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밀란 쿤데라로 불리는 망명 작가 마젠의 장편소설『누들 메이커』. 당에 기용된 ‘전업 작가’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로, 작가는 이 책에서 커다란 밀가루 반죽에서 천 개의 국수 가락을 뽑아내듯 인간의 희로애락을 익살스러우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블랙 유머로 풀어나간다.
『누들 메이커』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후 중국 사회의 부조리함을 주제로 하는 한편, 문화대혁명의 잔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과거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90년대 개혁개방이라는 대격변 속으로 휘말려들어가고, 이로 인해 그들은 더욱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을 겪는다. 또한 작가는 중국 사회의 세대 간 갈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91년 중국에서 초판이 출간되었을 당시 중국 사회의 부조리를 향한 거침없는 독설과 촌철살인의 풍자로 당국의 검열을 받아 내용이 심하게 훼손된 바 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04년에 훼손된 원문을 최대한 복구한 영문판이 출간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중국과 유사한 역사적 아픔을 갖고 있는 한국 독자들은 중국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는 이 소설에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Contents
전업 작가
전업 헌혈자
도취되거나 마비되거나
자살하거나 표현하거나
소유하거나 소유되거나
거리의 작가 혹은 허공의 비닐봉지
거울에게 심판을 부탁하거나 벌거벗거나
버리거나 버림받거나
속 편한 사냥개 혹은 목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