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한 게 나였을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시나리오 작가 빈첸초 체라미가 소설가의 자리로 돌아와 8년 만에 완성한 소설 『당신이 사랑한 게 나였을까』. 이 소설은 이탈리아 문학 특유의 환상성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랑을 의심하며 끊임없이 다른 자아 속으로 숨어드는 여인 모레나, 오직 자신의 욕망만이 소중했던 두 남자 조르조와 클라우디오. 이탈리아의 생생한 거리를 배경으로,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었던 이들의 자아 찾기 여행이 시작된다.

연인이었던 여자가 갑자기 사라진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도 말도 행동도 모두 거짓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쫓으며 고통받지만, 서로를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제각기 환영을 쫓을 뿐 현실을 직시하지 않기 때문이며, 자신에게 결핍된 무언가를 찾아 떠돌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제4악장에서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다.

체라미는 소나타 형식을 차용해 소설을 구성함으로써, 영원히 환영의 대상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질적 속성이 어떻게 극단으로까지 이를 수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