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글 없이 검정, 노랑, 빨강 세 가지 빛깔 그림으로 암탉이 알을 품고 병아리가 되고, 다시 닭이 되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세 가지 빛깔만 써서 보는 사람의 집중력을 높이고, 섬세한 묘사로 단순함을 덜어 줍니다. 각 페이지에서 중심이 되는 부분을 최대한 강조해 크게 보여 주는 클로즈업 기법은 이야기 흐름에 생동감을 더하고 있지요.
암탉이 알을 품을 때는 암탉의 다리와 배 부분만 보여 주어 마치 암탉이 바로 우리 눈앞에서 알을 낳고 있는 것 같네요. 병아리가 태어나 암탉 곁에 있을 때는 병아리를 클로즈업해 암탉은 얼굴만 보이고, 그 얼굴에서 새 생명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암탉의 감격스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알과 암탉』은 겉으로는 닭의 성장 과정을 보여 주는 듯하지만 넓게 보면 모든 생물들이 세대를 이어나가는 자연의 위대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글 없는 그림책을 구성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작가 옐라 마리에게 그림은 말과 글보다 더한 매력이 있으며, 어떠한 것도 담아낼 수 있는 커다란 그릇과도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알과 암탉』은 자연의 순환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단순한 빛깔과 섬세한 손놀림, 독창적인 화면 구성으로 말끔하게 담아낸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