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사계절을 말없이 보여주는 글자없는 그림책입니다. 책장을 펼치면 겨울, 온통 잿빛이랍니다. 한 장 넘기니 뭔가가 꿈틀하고 지나가는 듯하네요. 언뜻언뜻 색깔이 내비치고 화면 한 귀퉁이에 선명한 회색의 동물이 옹크리고 있어요. 잿빛은 점점 옅어지고 옹크리고 있던 동물이 반짝 눈을 뜹니다. 언제 겨울이었냐는 듯 봄이 와 있어요.
작년에 지어 놓았을 둥지로 새들이 찾아들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납니다.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새들은 올해 새로 손본 둥지를 남기고 떠나고, 혼자 남은 도마우스는 땅 속으로 파고들지요. 그리고 다시 황량한 겨울 들판이 펼쳐집니다. 도마우스가 주인공인 땅 속 이야기가 나오고, 갓 태어나 주둥이 쩍쩍 벌리며 먹이를 받아먹던 새끼들이 자라 이듬해에는 부지런히 둥지를 손보고 새 식구를 맞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탈리아어 원제 'L´albero'를 그대로 옮기면 '나무'가 되는 이 책은 일본에서는 '나무의 노래'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귀를 쫑긋 세우고 책장을 펼쳐보세요. 장엄한 교향곡은 아니더라도 소박하고 아름다운 사계의 목가가 들리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