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타임 앤드 배트맨』은 『배트맨 R.I.P.』, 『파이널 크라이시스』, 『배트맨: 리턴 오브 브루스 웨인』까지 각기 다른 시간 속의 배트맨을 한 권으로 엮은 작품으로, 시대별 배트맨을 만나 볼 수 있다. 첫 번째 이슈에서는 3대에 걸친 배트맨을 집중 조명한다. 원조 배트맨 브루스 웨인, 2대 배트맨 딕 그레이슨, 그리고 배트맨의 아들이자 로빈인 데미안 웨인이 각각 과거, 현재, 미래의 배트맨으로 등장한다. 두 번째 이슈는 『배트맨 R.I.P.』에서 닥터 허트를 쫓다 실종된 배트맨이 되돌아와 다크사이드에 맞서고, 『배트맨: 리턴 오브 브루스 웨인』속 시간 여행이 시작되기까지의 과정을 배트맨의 시각에서 풀어냈다. 마지막 이슈에서는 현재의 배트맨과 로빈이 고담의 수호자로 활약하는 이야기로 돌아오는데, 다크 나이트 자리를 물려받은 그들처럼 빌런 역시 2대 빌런이 등장하면서 다시금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던 시절을 그려 보게 된다. 앞서 언급한 3대 배트맨 외에도 DC 세계관에 대한 작가의 폭넓은 이해를 입증하듯 각각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빌런과 배트맨이 등장하는 것이 이 작품의 묘미이다.
그랜트 모리슨은 여러 작품에 복선을 동시다발적으로 깔아 두고 마지막에 모든 걸 까발리는 식의 연출로 유명한 작가인데, 그래서 그의 배트맨 시리즈는 각 작품 사이의 연관성이 크다. 특히 『배트맨: 타임 앤드 배트맨』은 다른 배트맨 시리즈 3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작품으로, 『배트맨 R.I.P.』, 『파이널 크라이시스』 사이사이의 공백을 채우고『배트맨: 리턴 오브 브루스 웨인』으로 이어 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랜트 모리슨의 작품은 큰 이벤트가 여러 시리즈에 걸쳐 얽혀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난해할 수 있으나, 읽어 가다 보면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추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배트맨」 #700-703 수록.
Author
그랜트 모리슨,파비안 니시에자,토니 S. 다니엘,클리프 리처즈,앤디 쿠버트,프랭크 콰이틀리,데이비드 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