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과 함께 중국 현대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작가 장아이링의 논란의 작품 『적지지련赤地之戀』이 국내에 소개된다. 평론가 푸레이가 "기적 같다"고 표현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장아이링의 작품은 1945년 공산정권에 들어서면서 몇몇 작품에 '반공소설'이라는 이름표가 붙게 된다. 미국으로 망명한 장아이링이 그곳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 한 후, 1980년대 들어 정치 상황이 달라지면서 그의 작품이 다시 재조명 된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여전히 금서로 남아 있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적저지련』이다.
“나는 사람들이 연애할 때가 전쟁이나 혁명을 할 때보다 더 소박하고 대담하다고 생각한다”는 장아이링의 말처럼 이 작품 역시 혁명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을 살아가는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거대 서사와 권력으로부터 소외되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들려준다. 장아이링의 관심은 언제나 거대한 사회적 격변에 의해 주변으로 내몰려 척박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약자’들 이었다. 이 작품은 인민정부의 사회주의 혁명과 토지개혁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그 시대를 걸머지고 묵묵히 나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과 갈등을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