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집필 활동을 통해 프랑스 현대문학뿐만 아니라 번역 이론에 있어서도 지대한 공헌을 한 작가 발레리 라르보의 대표작이다. 당대의 철학적 인식론적 고민을 다룬 여타 작품들과 달리 다소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 작품은, 처음으로 이성에 눈뜨고 자존감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청소년기의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어 이후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다룬 문학이 봇물을 이루게 한 기폭제 역할을 했다.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사춘기 소년 특유의 불균형한 모습, 사랑 앞에서도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자신만의 세계와 외부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우스꽝스럽게 뒤뚱거리는 그의 모습은, 어른의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사진첩 한 구석에 넣어두고 있는 빛바랜 사진을 떠올리게 한다. 남에게 보이기는 민망할지언정 차마 버리지 못하는 추억의 사진 한 장, 여기에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우아한 문체가 더해져 청춘, 그 자체를 문학적으로 승화한 하나의 전범이 탄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