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라오서와 함께 중국 3대 문호로 꼽히는 바진의 마지막 장편소설. 태평양 전쟁의 여파로 아시아 전역이 포화 속에 잠긴 1940년대의 중국. 대외적으로는 전쟁, 대내적으로는 구습과 신문화의 대립으로 격동하던 당시 중국사회의 모습을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중국의 모습을 한 지식인 가정에 빗대어 그려내면서 전쟁이 초래한 빈곤과 사상의 대립으로 파멸되어가는 가족의 모습을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대.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나약한 가장 왕원쉬안에게는 대학교육을 받은 아내와 가부장제의 전통을 뼛속까지 간직한 어머니, 그리고 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다.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집안의 생계를 짊어진 왕원쉬안의 어깨는 점점 무거워지고 신여성인 아내와 가정에만 충실한 어머니의 갈등은 점점 깊어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아내는 다니던 은행의 인사발령을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가버린다. 마지막까지 가족을 위해 안간힘을 쓰던 왕원쉬안은 아내와의 이별로 결국 쓰러지고 마는데……. 격동하는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바진 최후의 역작을 통해 하루하루가 극심한 고통의 나날을 보낸 당시 중국인들의 모습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