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요즘도 잘 차려입은 사람들을 보면 한번씩 고개를 돌려본다. 그들을 동경하기도 하고, 경멸하기도 한다. 우리가 이렇게 바라보는 ‘패션인’이란 무엇인가. 유행의 첨단을 온몸에서 표출하는 사람이다. ‘패션’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몸에 걸치는 그 무엇만은 아니다. 가장 자연적 신체에 인공적인 아름다움의 미학을 새겨 넣어 자아를 완성하는 행위가 바로 패션인 것이다. 1930년대, 경성에는 지금과 같이 ‘패션’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살았다. 최첨단 유행의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르는 행동에는 ‘의미’가 있고, 그들이 생각한 스스로의 ‘자아’가 있다. 그들은 ‘패션’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패션인’이었다.
김중배는 유행의 최첨단으로 무장한 ‘모던 보이’였다.
“곱슬곱슬하게 지진 머리는 한 가운데를 좌우로 갈라서 기름으로 붙였으며”, “코에는 금테 안경을, 옷은 프록코트를 입고 조끼 한 가운데에는 금시곗줄을 길게 늘인, 그리고 수달피 목도리를 치장한 김중배는 당시 최첨단 유행으로 무장한 사람이었다. 결국 심순애는 당대 최고 유행으로 치장한, 지금으로 따지면 연애인과 같은 김중배의 외양에 매혹된 것이다. 이러한 점은 점차 한 계층을 상징하는 것으로 변해간다. 예를 들어 ‘양복과 넥타이’는 이 시대부터 월급장이를 뜻하는 동의어가 되어간다. 한편, 유행을 따르는 사람들은 경박하고 찰나적이라고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청신한 감각’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하나의 멋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