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세 편의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대부분, 원고 분량으로 볼 때 4분의 3을 차지하는 첫 번째 텍스트는 독일 합리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 크리스티안 볼프가 1721년 할레대학 부총장 이취임식에서 행한 기념강연에 서문과 자세한 주석을 붙여 1726년에 발간한 저서 『중국의 실천철학에 대한 강연』을 번역하고 여기에 상세한 역주를 단 것이다. 볼프는 프랑스의 볼테르와 더불어 전기 계몽주의 시기의 중국예찬론(sinophilia)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중국의 실천철학에 대한 강연』은 프랑수아 노엘과 필립 쿠플레 등 예수회 선교사들이 중국 고전 번역을 통해 계몽주의 시기 유럽 지식인들에게 불러일으킨 중국에 대한 깊은 관심, 그리고 이로 인해 당시 독일에서 생겨난 이른바 ‘원시 중국학’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기록 중 하나이다.
두 번째 텍스트는 헤르더의 대표작 『인류 역사의 철학을 위한 이념』 중에서 11권 1장 「중국」 전문을 번역하고 여기에 역주를 단 것이다. 이 텍스트에는 후기 계몽주의 시기에 등장한 중국혐오론(sinophobia)이 생생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여기에서 “방부 처리된 미라”라는 신랄한 표현으로 제시된 중국관, 즉 ‘동일한 것이 부단히 반복되는 영원히 정체된 나라 중국’이라고 하는 부정적 중국관은 이후 헤겔, 마르크스, 막스 베버를 거쳐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독일의 역사철학적 사유에서 전형적인 중국관으로 자리잡아 서구의 중국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 텍스트는 이러한 혐오적 중국관의 효시를 이루는 최초의 중요한 기록이다.
세 번째 텍스트인 「크리스티안 볼프의 중국과 헤르더의 중국」은 위의 두 텍스트에 대한 필자의 연구 결과물로서 이 텍스트들에 대한 해제에 해당한다. 이 텍스트에서 필자는 근대 초기의 동서양 교류사와 18세기 독일에서 원시 중국학이 전개된 양상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어서 위의 두 텍스트의 생성 배경과 내용 및 여기에 그려진 대립적 중국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 18세기 전반의 중국예찬론이 18세기 후반에 중국혐오론으로 옮겨간 원인을 나름의 관점에서 고찰하였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Contents
책을 펴내며 5
일러두기 12
I. 크리스티안 볼프의 중국:『중국의 실천철학에 대한 강연』 15
서문(1726) 18
중국의 실천철학에 대한 강연(1721) 25
주석(1726) 67
II. 헤르더의 중국:『인류 역사의 철학에 대한 이념』11권 1장「중국」 193
중국 195
III. 크리스티안 볼프의 중국과 헤르더의 중국:
18세기 독일에서의 중국관 변화의 배경과 원인 211
1. 중국이라는 신기루상 213
2. 진기한 나라 중국 218
3. 크리스티안 볼프의 중국예찬과 헤르더의 중국혐오 225
4. 계몽주의 시기 중국관 변화의 배경과 원인 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