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위태로운 소시민들의 일상 속 균열을
간결하고 단단한 문체로 그려낸 ‘더러운 리얼리즘’의 대가,
카버의 나라를 찾아가다
‘더러운 리얼리즘’의 대가, 아메리칸 체호프,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로 평가받는 레이먼드 카버. 우리에게는 영화 [숏 컷](1993)의 원작자로 먼저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다. 카버의 문학적 수련기인 1960년대 미국 문학에서는 토머스 핀천, 존 바스 같은 포스트모던한 작가들이 유행하고 있었다. 카버는 이런 사조와 대척점에 서서 사실적인 기법으로 미국 소시민들이 처한 불안정한 일상을 그려나감으로써 1970∼1980년대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주도했다. 선배 작가들인 헤밍웨이나 피츠제럴드와 달리 그는 주로 블루칼라의 삶에 관심을 두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시 주변부 인생들의 신산하고 어둡고 뒤틀린 이면을 현란한 실험이나 기교 대신 단순하고 평이하면서도 단단한 문장으로 담아냄으로써 ‘미국판 노동문학’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미국의 보르헤스라 불리는 도널드 바셀미는 카버의 작품에 대해 “강하고, 독창적이고, 진실로 가득 차 있으며, 엄청난 힘을 가지고 오늘날 우리가 일상생활이라고 부르는 것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라고 상찬한 바 있다. 카버의 작품들을 직접 번역하기도 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런 카버를 “나의 가장 소중한 문학적 스승이며, 가장 위대한 문학적 동반자였다”라며 존경했고, 국내에서도 김연수, 김중혁 같은 작가들이 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는 등 ‘작가들의 작가’로 통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고영범은 국내에 나와 있는 유일한 카버 평전의 역자이기도 하다. 그는 평전 번역을 계기로 카버를 비롯한 동시대 작가들을 두루 읽으며 한 시대의 문학 풍경을 조감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폭넓은 시선은 이 책의 밑바탕에도 면면히 흐르고 있다. 저자는 카버가 어린 시절 대부분을 보낸 야키마에서부터, 문학적 수련기를 보낸 치코와 아르카타, 대학 사회를 떠나 세상으로 나오면서 최하의 생활을 이어간 새크라멘토를 거쳐, 작가로서 전성기를 보내고 평생 원하던 삶을 비로소 누리며 말년을 보낸 시러큐스와 포트앤젤레스까지 카버의 삶과 문학의 여정을 따라간다. 그러면서 저자는 “자연스럽게 붙어 있어야 할 ‘삶’과 ‘사람’과 ‘사랑’이 결렬되고 또 말라붙고, 그래서 고통받은 것이 카버의 삶이고, 그 고통의 기록이, 그 결렬의 봉합 가능성을 보려 한 것이 그의 문학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한편 이 책은 카버의 주요 소설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그의 시까지 소개하고 있다. 카버는 우리에게 소설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시와 소설 창작을 늘 병행해왔다. 오십 평생 동안 여섯 권의 시집에 총 306편의 시를 선보였으니, 결코 과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의 시는 대부분 소설과 출발점을 공유하고 있고, 이야기 형태로 발전하기 전의 아이디어나 상황을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자신을 둘러싼 내외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더없이 요긴한 매개가 된다. 그것은 그의 삶과 문학 세계를 비추어주는 또 하나의 거울이 될 것이다.
Contents
PROLOGUE 삶과 사람과 사랑, 그 사이에서
01 카버의 나라로 가는 길
02 아버지의 월급 시절 - 카버 문학의 고향 야키마
03 현실의 불들에서 익어가다 - 카버의 수업 시대
04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 작가와 가장으로서 살아남기
05 새로운 소설의 기수 - 주류 문단으로 입성
06 다시 바닥으로 - 술과 사고의 나날
07 아무것도, 아무도 없는 사내 - 재생을 위한 마지막 침몰
08 몸 안의 술을 말리는 동안 - 상실의 시간
09 술을 완전히 끊었습니다 - 『대성당』의 성공
10 그레이비 시절 - 내 작은 배 위에서
EPILOGUE 사랑이라는 이름의 부드러움과 광기
레이먼드 카버 문학의 키워드
레이먼드 카버 생애의 결정적 장면
참고 문헌
Author
고영범
평안북도 출신의 실향민 부모님 밑에서 1962년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에서는 신학을, 미국에서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공부했다. 대학원을 마친 뒤 십수 년 동안은 이런저런 방송용 다큐멘터리와 광고, 단편영화를 만드는 한편, 영화와 광고 등의 편집자로 일했고, 그 후로는 번역과 글쓰기를 주로 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1, 2》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 《불안》 《별빛이 떠난 거리》 《나는 다시는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 《스웨트》 《예술하는 습관》 《우리 모두》 등이 있고, 쓴 책으로는 《레이먼드 카버》 장편소설 《서교동에서 죽다》와 희곡 <태수는 왜?> <이인실> <방문> <에어콘 없는 방> 단편소설 <필로우 북_리덕수 약전> 등이 있다. 현재 미국에 살면서 집안의 실향민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평안북도 출신의 실향민 부모님 밑에서 1962년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에서는 신학을, 미국에서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공부했다. 대학원을 마친 뒤 십수 년 동안은 이런저런 방송용 다큐멘터리와 광고, 단편영화를 만드는 한편, 영화와 광고 등의 편집자로 일했고, 그 후로는 번역과 글쓰기를 주로 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1, 2》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 《불안》 《별빛이 떠난 거리》 《나는 다시는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 《스웨트》 《예술하는 습관》 《우리 모두》 등이 있고, 쓴 책으로는 《레이먼드 카버》 장편소설 《서교동에서 죽다》와 희곡 <태수는 왜?> <이인실> <방문> <에어콘 없는 방> 단편소설 <필로우 북_리덕수 약전> 등이 있다. 현재 미국에 살면서 집안의 실향민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