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이 정치사회의 이념적 사상으로 고려사회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충렬왕 때 안향에 의하여 전래된 성리학에서 찾지 않을 수 없다. 충렬왕 15년(1289) 안향에 의하여 전래된 성리학은 무인집권기를 거치는 동안에 사상적 이념을 잃고 표류하고 있었던 당시 사상계에 새로운 이념적 좌표를 제시하였고, 이로써 성리학은 당시 거의 모든 학자들에게 새로운 사상적 이념으로 수용되어 갔다.
저자는 공민왕 16년을 기점으로 하여 고려사회의 성리학 수용단계를 전기와 후기로 구분하였다. 전기는 안향의 성리학 전래 이후 이제현이 생존하던 시기까지로 보았고, 후기는 이색이 겸대사성으로 교육중흥을 주도한 때부터 이후 성리학이 정치사회의 이념적 기조로 정착되고 있는 조선초기까지로 보았다. 이와 같은 시기구분을 바탕으로, 고려후기 안향에 의하여 전래된 성리학이 이후 고려사회에 정치사회의 사상적 이념으로 정착되어 가는 과정을 조감하면서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역사적 특수성을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