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은 발표하기가 무섭게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1933년도 콩쿠르상을 획득했다. 비평가인 피에르 칸은 ‘콩쿠르상이 프루스트 수상 이후 말로만큼 중요한 작가에게 주어지기는 처음이다’고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은 무대가 동양이라는 이국취미에다, 천편일률적인 심리소설의 반동으로 일어나 르포르타주 소설에 대한 흥미 덕분에 크게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왕도』는 옛날 인도차이나에서 번영을 누렸던 크메르 왕국의 옛 사원으로 이어지는 ‘왕의 길’을 탐험하여, 거기서 찾아내는 미술품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두 백인의 목숨을 건 보물찾기 이야기다.
말로는 이처럼 오리엔트 모험을 기록하고 또 오리엔트의 정치적 격동에 대한 시각을 기술하면서, 자신의 영혼 깊숙이 뿌리박힌 고독과 불안과 허무감―보편적으로 말하면 서구 지식인들이 흔히 느끼던 개인주의적 휴머니즘의 위기감―을 그 나름으로 깊고 넓으면서도 사실적인 행동 차원에서 시험하여 검증했다. 즉 그는 “인간은 다른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피할 수 없는 절대조건인 ‘죽음’을 짊어지고 있으며, 이 사실로 인해 현실의 삶이 가차 없는 운명으로 바뀐다”는 진실을 실감나게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