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구와 영모는 단짝 친구다. 수학을 못하는 병구는 우연히 학원에서 영모를 만나게 된다. 우등생인데 영모는 왜 학원을 다니는 걸까? 알고 보니 영모는 네 살 때 한글을 다 깨우치고, 영어, 수학, 피아노 , 바이올린, 바둑, 태권도, 수영, 감성교육, 창의력, 영재 교실까지 거의 모든 과목을 다 배운 아이였다.
조각을 좋아하는 영모는 조각가가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영모의 아버지는 그런 자식을 원하지 않았다. 이런 연유였다. 영모 아버지는 너무 어려운 환경에서 살았고, 아들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을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누구보다고 훌륭하고 큰 인물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결국 아버지는 영모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되고 영모는 말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럼, 영모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영모의 행방을 찾던 병구는 아파트 지하 계단에서 검은 고양이와 있던 영모를 생각하게 되고 그 곳을 찾는다. 기다렸다는 듯 검은 고양이는 병구를 이상한 세계로 안내한다. 라온제나, 슬프고 절망적인 사람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곳, 신비하고 낯선 곳으로의 모험은 시작되고, 다시 담을 넘고 돌아온 돌아온 병구는 현실 세계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2003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으로,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중압감, 그리고 가정환경과 연결되는 현실과의 갈등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그린 책이다. 영모가 사라진 '라온제나'라는 판타지의 세계가 더욱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