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로 1984년 안데르센 상을 받은 뮐러와 슈타이너 콤비의 새로운 작품. 유아책이라고 보아질 만큼 섬세한 그림과 부드러운 터치는 책을 소중히 다루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게 한다.
조그마한 갈색 토끼는 토끼 공장에 들어와 회색 토끼를 만난다. 토끼들은 그 곳에서 자기가 먹을 것만 잘 먹고 살이 찌면 여기보다 훨씬 좋은 곳으로 나가게 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갈색토끼는 자신이 그 동안 맡았던 풀내음과 당근의 맛을 잊지 못하여 회색토끼와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이윽고 공장밖으로 나온 그들을 맞이한 것은 풍요로운 자연만은 아니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자동차와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동물... 공장 속의 안락함에 이미 길들어져 있던 회색토끼는 그 생활을 다시 꿈꾸고 급기야는 병이 걸린다.
"나는 공장에서 지내는 사이에 너무 많은 것을 잊었어. 차라리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어."
갈색토끼는 친구를 위하여 다시 지나온 길을 더듬어 공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갈색토끼는 자연을, 회색토끼는 공장을 선택한다.
살아가면서 얻는 것이 있으며 잃는 것도 있고, 어디에든 완벽한 세상은 없다. 그러기에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이겨내야만 한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을때 비로소 자유도 얻어지는 것이다.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두 토끼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볍지만은 않은 어린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