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시아의 현실을 미디어라는 차원에서 파악한 논고들을 수록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미디어라고 하는 것은 신문이나 방송 또는 인터넷과 같은 정보 전달에 특화된 기술적 매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신체, 국경을 초월한 신체들의 이동, 언어, 문학과 연설, 사진과 만화, 음악, 그리고 건축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극복하며 인간들 사이에 의미를 공유시키는 모든 것이 이 책에서는 미디어라는 차원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의미의 공유에 언제나 이해와 화합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 주목하는 아시아의 미디어는 민주화를 향한 열망과 좌절을, 낯선 이국땅에서 생활을 설계하는 이주자들의 고달픔과 활력을, 세계적 패권국가에 맞서는 힘든 문화투쟁을, 국제무대에서 소외당한 약소 지역 주민들의 애매한 자기의식을, 그리고 제국주의의 거만한 욕구를, 때로는 극명하게 때로는 암시적으로 표상하거나 새겨두어, 실시간으로 또는 수십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우리에게 공유시키려 하는 것들이다.
Contents
제1부 언론, 미디어, 네트워크
동남아시아 각국의 민주화와 영자 미디어: ‘표현의 자유’를 중심으로 본 언론, 보도 상황/아시아계 이주자의 네트워크와 도시적 세계/현대 아랍 사회 언어의 위상/다문화 공생과 ‘문화정치’: ‘난징’, ‘히로시마’, ‘9·11’에 관하여/‘문명의 대화’와 ‘악의 축’의 문화정치
제2부 노스탤지어를 향한 욕망
모던을 향한 구상: 아시아의 근대건축을 지킨다/해양 십자로에 선 타이완의 건축문화/믿기지 않는 애매함의 무거움: 타이완의 아이덴티티 패러독스
제3부 다원화하는 이미지와 항쟁
식민지 타이완의 문화와 세대: 우줘류의 "아시아의 고아(孤兒)" 재독/동아시아에 퍼지는 만화문화/역사의 기억과 현대예술: 여성의 신체·도시·디아스포라/국경을 넘지 않는 음악: 타이의 대중음악에 관한 고찰/적의 눈: 이미지의 재생산과 미디어의 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