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가워요. 귓가를 스치는 바람은 차갑고요. 길가의 풀잎들이 바스락거려요. 나뭇잎들은 빨갛게, 노랗게, 갈색으로 물들었어요. 가을이 깊어가요.
“알아맞혀 봐. 누구게?” 노을빛으로 곱게 물든 덤불 위로 쫑긋, 두 귀가 솟았어요. 귀가 길쭉한 걸 보니 틀림없어요. “토끼!” 책장을 넘겼어요. 귀여운 토끼가 고개를 쏙 내밀고 눈을 맞춰요. “맞았다!”
지난여름 싱그러운 초록 잎으로 얼굴을 가리고 “누구게?”를 외치던 장난꾸러기들 기억나세요? 이번엔 알록달록 곱게 물든 가을 숲에서 또 다른 장난꾸러기들이 몰려와 놀자고 합니다. 새빨간 단풍잎으로 얼굴을 가리고, 팔락거리는 감빛, 밤빛 나뭇잎 뒤에 숨어서 여러분들을 기다려요. 요모조모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숨어 있는 게 누군지 알아맞혀 보세요. 저기, 주황빛 나뭇잎 사이로 삐죽 나온 엄니를 보세요. 벌렁거리는 콧구멍을 보세요. 저건 누굴까요? 저쪽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뒤에 서 있는 커다란 덩치는요? 떡갈나무 이파리 가면 뒤에 숨은 건 또 누굴까요?
Author
최정선,이혜리
그림책을 기획하고 쓰고 만드는 일을 한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자로 오래 일했다. 그림책의 영토 안에서 사소하고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즐기고 있다.
그림책을 기획하고 쓰고 만드는 일을 한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자로 오래 일했다. 그림책의 영토 안에서 사소하고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