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는 술술 넘어갑니다. 재미있지요. 아기 멧돼지들은 사랑스럽고요. 멧돼지 가족은 용감하고 유연하게 도시를 누벼서 결국 집을 찾아냅니다. 우리는 그 모험을 흥미진진, 따라갑니다. 하지만 아파트 창들이 노랗게 빛나는 가을 저녁, 트럭 곁에 쭈그리고 앉아 도둑고양이와 눈을 마주치는 멧돼지를 볼 때, 어쩐지 좀 서글픕니다. 싸움과 공사로 난장판인 도로를 볼 때, 에어컨 실외기로 빽빽한 외벽을 볼 때, 스산한 뷔페식당에서 마구마구 먹는 사람들을 볼 때, 어딘가 좀 켕깁니다. 이것이 정말 멧돼지만을 위한 지침서일까요? 이 작은 책이, 이 작은 지구에서 “되도록이면 살아남아 이왕이면 행복해지고 싶은 이 땅의 모든 종족들에게”유용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