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몇 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베드타임 스토리

아이들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잘 준비를 하는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을 한 권의 그림책에 담았습니다. 다세대주택 한 지붕 아래 여섯 가족의 일상이 오밀조밀 정겹습니다. 잠자기 전에 아이들이 해야 할 일들도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저마다 개성이 두드러지는 주인공들뿐 아니라 물건을 배달하러 온 택배 기사, 옥상 위까지 올라가서 열정적으로 순찰하는 경비 아저씨, 늦도록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화가 등 주변 인물들도 흥미롭고,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종류의 시계들과 달라진 시간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씨줄로, 여섯 집에서 제각기 벌어지는 상황을 날줄로 엮으니 그림책의 ‘보는 즐거움’은 더욱 커졌고, 독자들은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 조각을 맞추고, 빈 곳을 채우고, 이야기를 확장하는 적극적인 독서를 하게 됩니다. 공동주택이 대세가 된 주거 현실을 반영하고,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일하는 엄마, 육아를 담당하는 아빠 등 다양한 가족 유형을 제시하여 문화적 편견 해소에 도움을 주려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얼른 씻으라고 치우라고 자라고 아이를 닦달하거나 설득하는 게 아니라, 어른과 아이에게 함께 시간에 이름을 붙여 보라고 권합니다. 시간을 몸으로 느끼게 하고, 시간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베드타임 스토리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