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러시아의 거장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는 호두까기 인형, 잠 자는 숲 속의 미녀와 함께 그의 3대 발레 작품 중 하나입니다. 백조의 호수는 1876년에 작곡되었고 이듬해 1877년,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을 가집니다. 무용의 반주 정도였던 음악의 지위를 높인, 시대를 앞선 진보 탓에 초연을 참담한 실패를 거두었지만, 현재는 ‘백조 같은 발레리나’라는 비유를 낳은 정도로 대표적인 발레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볼쇼이 극장의 지배인이었던 베기체프는 수석 무용수 겔체르와 함께, 독일 작가 무제우스의 설화집에서 따온 전설을 바탕으로 작품의 대본을 썼습니다. 지그프리트 왕자와 백조 오데트 공주, 그리고 악마 로트바르트와 흑조 오딜이 펼치는 무대는 로열 발레단과 볼쇼이 발레단의 두 버전이 가장 유명한데, 전자는 왕자와 백조 공주가 호수 위에 몸을 던지는 비극인 반면 후자는 사랑의 힘으로 악마를 물리치고 오데트가 인간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입니다. 베기체프의 대본을 토대로 프랑스의 재능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샤를로트 가스토가 그린 그림책 《백조의 호수》에는 원작의 숨결이 녹아 있습니다. 이 그림책은 차이콥스키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hommage)인 동시에 발레 작품을 그림책으로 구현해낸 또 하나의 새로운 해석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