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쿨쿨

숨쉬는 모두가 잠든 모습을 캘리그라피로 표현한 다시마 세이조의 그림책입니다. 나른한 여름날, 홍학은 한다리로 꼿꼿하게 서서, 박쥐는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린채 쿨쿨쿨 단잠을 잡니다. 늘어지게 낮잠 한숨을 푹 자고 일어나면 아이는 한 뼘이 더 자랄 테고, 홍학의 날갯짓은 더 커질 테고, 뱀장어는 더 힘차게 물 속을 헤엄치겠지요. 쿨쿨쿨 소리만 가득한 이 책에는 사실, 이렇게 금방이라도 일어나 기지개 켤 것만 같은 넘치는 생명력이 숨겨져 있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여러 생명이 잠자는 모습만 선명하게 강조해서 보여 줍니다. 그림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대신, 캘리그라피에 한껏 공을 들였지요. 한 다리로 꼿꼿하게 서서 자는 홍학 곁에는 캘리그라피로 표현한 ‘쿨쿨쿨’이라는 글자가 나란히 서서 잠이 들고, 물밑 모래밭에서 단잠을 자는 뱀장어 장면에서는 물결에 흩어지며 방울방울 올라가는 기포 같은 ‘쿨쿨쿨’이 흩어지며 잠을 자지요. 저자는 자는 대상의 특징을 캘리그라피로 재기발랄하게 보여줍니다.

원래 이 책은 ‘쿨쿨쿨’이라는 한글 대신 ‘ぐうぐうぐう(구우구우구우)’라는 히라가나가 담겨 있었습니다. 저자는 1년여에 걸쳐 한글 캘리그라피 작업을 통해 이 책을 완성하였습니다. 작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에는 저자의 열정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