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혼자 노는 아이의 이야기. 아이는 하교 길에 고무동력기를 사서 신나게 집으로 돌아옵니다. 고무동력기를 만들다 보면 심심한 것도 쓸쓸한 것도 무서운 것도 모두 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봅니다. 그런데 막상 상자를 열어 보니 이거 영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가 좀 도와주면 좋을 텐데.’ 생각해 보지만 집에는 늘 그렇듯 아무도 없습니다.
아이는 별 수 없이 혼자 설명서를 들여다보며 고무동력기와 씨름을 벌입니다. 더운 날에는 고무동력기를 휴대용 선풍기로 쓰면 되겠다! 실수인 척하고 고무동력기로 미운 녀석 이마를 딱 맞히면 정말 신나겠지. 고무동력기에 엄마랑 친구들을 태우고 놀이동산에 놀러 가면 좋을 텐데. 점점 부풀어 오르는 상상과 함께 고무동력기도 제 모습을 갖춰 갑니다.
드디어 고무동력기가 완성되고, 아이는 호들갑스럽게 탑승객을 모집합니다. ‘자, 함께 타실 분? 없어요? 정말 없어요? 아쉽네요. 한 분도 안 계시군요. 그럼 저 혼자 갑니다.’ 빨간 고무동력기를 타고 불꽃이 펑펑 터지는 밤하늘을 날아가는 요란한 상상 뒤에 감춰진 아이의 쓸쓸한 속내가 슬쩍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