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少泉) 조순(趙淳) 선생님과 나

위대한 학자이신 소천(少泉) 조순(趙淳)선생님께서 서거하신지 벌써 반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슬픈 현실이었기에, 한동안 정신을 잃고 낙담하며 지냈다. 그러나 이제는 성실하고 근면하게 일평생을 살다 가신 선생님을 본받기 위해 다시 용기를 내어 일어섰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선생님은 한학에 능통하셨을 뿐만 아니라, Mr. Clean이라는 별명처럼 청렴결백하셨으며, 항상 겸손하셔서, 구 시대의 전형적인 선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선진 구미경제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는, 대한민국이 탄생시킨 최고의 선진 학자임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선생님은 구시대의 동양 학문과 신시대의 서양 학문 모두를 완전히 체득하여 그것들을 독자적으로 융합시킨 대한민국 최대의 학자임이 분명하다.

존경하는 선생님은 생노병사(生老病死)라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우리 곁을 떠나가셨지만, 우리는 선생님을 보내지 않았다. 그의 위대한 세계관과 심오한 학문은 우리 뇌리와 가슴 속에 깊이깊이 낙인 되어 길이길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

우리 제자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선생님의 모든 저서, 한시와 유묵을 다시 잘 정돈 취합하여, 두고두고 미래 세대들에게 잘 전수해 주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어단리에 있는 해발 953m인 칠성산에서 발원한 물은, 어단천을 통해 모든 학산리 주민들에게 생명수를 제공하고, 또 선생님과 같은 대한민국 최고의 학자를 배출한 후에, 우회전하여 유유히 동해로 흘러간다. 이 어단천의 맑은 물처럼, 우리도 선생님의 모든 가르치심을 잘 숙지해 가지고, 정치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피폐된 우리 조국 5천만 동포에게 생명수 같은 그의 학문을 전수하면서, 또 제2의 조순 교수와 같은 구국영웅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서서히 하나님의 품으로 가야만 한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