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문학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작가 치누아 아체베
나이지리아 식민 역사를 주체적으로 조망한 ‘아프리카 3부작’의 대단원
외래문화의 유입과 동족 내분으로 몰락해 가는 식민지 전통 사회의 비극
1964년에 발표된 『신의 화살』은 부커 상을 받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1958), 나이지리아 국가 상을 받은 『더 이상 평안은 없다』(1960)에 이어 나이지리아 식민 역사를 주체적으로 재조명한 ‘아프리카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치누아 아체베는 『신의 화살』에서식민지하 혼돈 가운데 부족의 정신적 지도자가 중심을 잃고 몰락하는 모습을 통해 피할 수 없는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반목과 분쟁 속에서 예정된 파국을 맞는 식민지 전통 사회의 비극적 행보를 처연하게 그려 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아프리카 문학에 수여하는 뉴 스테이츠먼 족 캠벨 상의 최초 수상자가 되었고 그해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대표적인 탈식민주의 작가인 치누아 아체베는 그들의 슬픈 역사가 남긴 상흔을 딛고 주체적인 시각으로 식민 역사를 바로 보고 바르게 기록하려는 노력을 쉬지 않았다. 『신의 화살』은 이러한 작업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이른 바 ‘아프리카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앞선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와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식민지 상황에서 나이지리아 이보족의 전통적인 가치와 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을 담고 있다. 아체베는 ‘식민지 수탈론’과 ‘식민지 근대화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시종 객관적이고 관조적인 태도로 아프리카 전통 사회가 서구 문화의 유입과 내부의 혼돈으로 인해 사회적, 정신적으로 방향 감각을 잃게 된 상태를 담담하게 그려 내 갈채를 받았다.
아체베는 아프리카를 신비주의적인 시각으로 재단해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만드는 식민지 담론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아프리카 문화를 펼쳐 보임으로써 아프리카의 정체성을 확립하려 했다. 이를 위해 결혼, 상제, 농사, 상거래 등과 관련된 이보족의 전통적인 세시풍속을 상세하게 묘사했으며, 이보족의 전통 민담이나 구전 가요, 속담 등을 작품 곳곳에 풍부하게 인용했다. 뿐만 아니라, 문맥상 추측이 가능한 이보어의 단어들을 영어 문장에 자연스럽게 삽입해 작품을 읽는 동안 아프리카를 생생하게 느끼고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요컨대 『신의 화살』은 뛰어난 창작 소설인 동시에, 식민 역사를 냉철하게 그린 탁월한 사기(史記)이자 역사와 전통 문화에 담긴 아프리카의 정신을 복원하려 한 귀중한 사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