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시인의 다섯 번째 에세이집이자 첫 비평집인 『파충류 심장』이 출간되었다. 여덟 번째 시집 『커다란 하양으로』와 함께 출간된 『파충류 심장』은 김소형, 김정환, 김혜순, 이성복, 이지아 등 22명 시인들의 시 세계를 강정만의 독법으로 그려 보인다. 거침없이 시의 구석구석을 뜯어보다가도 한걸음 물러나고, 위트 있게 돌아섰다가도 다시 진지하게 시를 논하는 강정 산문 특유의 리듬감 또한 느낄 수 있다. 이성복 『아, 입이 없는 것들』, 허은실 『나는 잠깐 설웁다』, 정영 『화류』 등의 시집에 대한 해설과 신경림 시인과의 인터뷰, ‘숲의 화가’로 알려진 변연미 작가의 작품에 대한 글을 엮었다.
총 22편의 글을 묶는 키워드는 ‘파충류’다. 강정에 따르면 시인은 ‘파충류의 심장’을 가졌다. “스스로 긁어 댄 상처를 스스로 떼어 내며 새살 돋기를 거듭”하는 변온과 변색의 동물, 파충류야말로 시인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다. 다변하는 시를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며 언어의 육체적 울림을 느끼는 강정은 시의 가장 독창적인 해설자다. 『파충류 심장』을 읽는 일은 시가 가져다줄 변신의 순간에 나를 열어 놓는 일이자, 낯설지만 거침없고, 누구보다 자유로운 시를 써 온 강정의 시 세계에 다가서는 일이 될 것이다.
Contents
들어가며 9
1부
춤춰라, 한 번도 걸어 보지 못한 것처럼! ─이지아 『오트 쿠튀르』와 김정환 『소리 책력』에 대한 소고 15
꽃을 찾아, 안 들리는 방울 소리를 찾아 ─김소형의 시 두 편28
죽음의 춤이거나, 우주적 발광이거나─김혜순의 시들 혹은 산문들 40
오, ‘마라’가 없었으면 없었을…… ─이성복 『아, 입이 없는 것들』52
시의 절벽, 그 앞의 새하얀 손─김태형 『고백이라는 장르』 67
사는 대로 사는 거지 뭐, 죽는 대로 죽는 거지 뭐─손월언 『마르세유에서 기다린다』78
뱀을 삼킨 몸─허은실 『나는 잠깐 설웁다』 91
2부
갸륵한 독기 혹은 거룩한 천박의 지저귐─성동혁의 시들에 대한 소고 104
거룩한 식인의 저녁 ─정영 『화류』112
누구인지 알아도 말할 수 없다─리산 『메르시, 이대로 계속 머물러 주세요』 126
나무의 잔기침, 혹은 손금 흐르는 소리─정지우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 137
구렁이는 과연 자기 꼬리를 찾을 수 있을까─신동옥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 148
불굴을 향한 마음의 불구, 또는 영혼의 빈 공간─김경주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161
많이 젖었어, 나를 부르지 마─김이듬의 시들 172
3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 게바라 만세─박정대 『삶이라는 직업』 182
당신을 내려놓고 울어요, 다른 삶으로 가요─박정대 『체 게바라 만세』 195
숨은 빛: 단편영화 「푸르른 운석」 촬영기─박형준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207
진심의 괴물, 혹은 말의 누드─이이체 『인간이 버린 사랑』 224
인어의 연옥, 존재의 피안─함성호 『키르티무카』 236
별은 어디에서 왔을까─함성호의 시들 252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2년 『현대시세계』를 통해 등단하여, 『처형극장』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 『키스』 『활』 『귀신』 『백치의 산수』 등 6권의 시집과 『콤마, 씨』 등 4권의 산문집을 펴냈다. [시로여는세상 작품상], [현대시 작품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2년 『현대시세계』를 통해 등단하여, 『처형극장』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 『키스』 『활』 『귀신』 『백치의 산수』 등 6권의 시집과 『콤마, 씨』 등 4권의 산문집을 펴냈다. [시로여는세상 작품상], [현대시 작품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