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기 여성은 사회적 편견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이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구출될 수 없으므로,
나는 딸과 딸의 세대를 위하여 완경의 경험을 기록한다!
소설과 에세이 등 여덟 권의 책을 발표한 작가, 프린스턴과 컬럼비아, 바너드 등 유명 대학교에서 연구원이자 교수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시 스타인키의 『완경 일기』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여자, 작가 그리고 교육자로서 오래도록 여성의 삶과 조건을 고민하고, 가부장제 사회의 부조리와 폭력을 고발해 온 저자는 56세, 마침내 완경을 몸소 경험하고 자기 인생을 새롭게 조망해 볼 수 있는 시기에 이르러, 우리 사회가 ‘완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폄하하고, 그럼으로써 여성들에게 얼마큼 잔혹한 낙인을 찍는지, 새삼 목도한다.
먼저 완경은 생물학적이고 동물적 고통으로 엄습해 온다. 저자는 하루하루 시도 때도 없이 불쑥 찾아드는 뜨거운 열감에 시달리며, 옷을 흥건하게 적시는 땀과 머릿속을 아연하게 뒤흔들어 놓는 착란, 요동치는 감정과 지긋지긋한 불면의 나날을 보낸다. 그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아무도 제대로 가르쳐 주지는 않았지만 초경과 완경이 하나라는 점을, 먼 훗날 다달이 복부를 쥐어짜는 월경이 멎게 되리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겪어 내야만 하는, 자기 경험으로서의 완경은 상식과 통념, 심지어 상상을 초월하는 ‘무엇’이었다. 아무런 예고 없이 숨통을 조여 오는 열감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저자 다시 스타인키는 완전한 타자이자 오롯한 자아인 ‘완경’의 의미를 전면적으로 되돌아보기로 결심한다.
저자는 서재의 책을 들여다보고, 텔레비전과 유튜브, SNS를 분주하게 오가며 ‘폐경’이라고 불리는 완경의 모습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소녀에서 여성이 되는 초경의 순간과, 여성에서 어머니가 되는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이야기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넘쳐 날 뿐 아니라, 하나같이 찬사와 경탄을 쏟아 낸다. 그렇다면 완경은? 여성이 생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이 시기는 기나긴 침묵 속에 가라앉아 있다. 기껏해야 땀을 뻘뻘 흘리며 우스꽝스럽게 부산을 떠는 여자, 극심한 감정 기복에 휩쓸려서 발광하는 여자, 매력은커녕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마저 박탈당한 여자…… 이른바 ‘폐경기 여성’의 초상은 잔인하고 험악할 따름이다. 폐경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막히고, 닫히고, 끝장났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은가? 저자 다시 스타인키는 완경 이후 오래도록 이어지는 여성의 삶을 벌써 망가지고 실패하고, 혹은 복구하거나 정상화해야만 하는 영역으로 치부해 버리는 가부장제 문화에 맹렬히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지평을 찾아 나선다.
Contents
1 불타는 밤
2 롤리타에게 자유를
3 동물의 굴레에서
4 에덴동산의 바깥으로
5 케머 기간의 데미걸
6 마녀가 된다는 것
7 친숙한 원숭이
8 밤의 사냥꾼
9 내 심장의 구멍
10 고래의 승리
11 새로운 시작
고래에 대한 일러두기
참고 문헌
감사의 말
Author
다시 스타인키,박소현
1962년 미국 뉴욕주 오나이다에서 태어났다. 회고록 『부활절은 어디에나(Easter Everywhere)』와 『밀크(Milk)』, 『예수께서 구원하시니(Jesus Saves)』, 『수어사이드 블론드(Suicide Blonde)』 등 여러 소설을 출간했다. 그의 작품은 10여 가지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고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보그》, 《가디언》 등 유수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 헨리 호인스 학회(Henry Hoyns Fellow), 스테그너 학회(Stegner Fellow)의 연구원이자 미시시피 대학교 상주 작가로 활동하였으며, 컬럼비아 대학교, 바너드 대학교, 프린스턴 대학교 등에서 문학을 가르쳤다. 현재 남편, 딸과 함께 뉴욕 브루클린에서 생활하고 있다.
1962년 미국 뉴욕주 오나이다에서 태어났다. 회고록 『부활절은 어디에나(Easter Everywhere)』와 『밀크(Milk)』, 『예수께서 구원하시니(Jesus Saves)』, 『수어사이드 블론드(Suicide Blonde)』 등 여러 소설을 출간했다. 그의 작품은 10여 가지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고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보그》, 《가디언》 등 유수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 헨리 호인스 학회(Henry Hoyns Fellow), 스테그너 학회(Stegner Fellow)의 연구원이자 미시시피 대학교 상주 작가로 활동하였으며, 컬럼비아 대학교, 바너드 대학교, 프린스턴 대학교 등에서 문학을 가르쳤다. 현재 남편, 딸과 함께 뉴욕 브루클린에서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