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에서 1950년대는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지도, 환영받지도 못했다. 정치적으로는 이승만 정권의 부패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싹트지 못하고, 6?25전쟁과 남북 분단으로 경제는 피폐하고 모든 것이 침체된 시기로 규정되곤 했다. 그러나 근래 한국 현대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1960년대 이후 고도성장과 오늘날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취가 1950년대의 성과를 토대로 한 것임이 밝혀지고 있다.
이념 갈등과 민족 분쟁 그리고 가난이라는 절박한 상황을 딛고 일어서느냐, 아니면 그대로 주저앉느냐를 결정짓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 중심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있었다. 그리고 그 지근거리에 상공부?내무부?교통부 장관을 역임하며 실세 역할을 한 김일환이 있었다. 그는 광복 후 초대 재정국장을 지내면서 국군 창군의 산파 역할을 했고, 6?25전쟁 때는 국방부 제3국장으로서 한국은행 지금은(地金銀, 금괴의 일종) 후송작전을 수행했다. 김일환 장관의 삶은 한 개인의 인생사를 넘어, 파란만장했던 현대사의 굴곡과 명암을 재조명하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