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문학에 관한 국내 첫 박사학위 논문이자 다산시(茶山詩)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로 꼽히는『다산시 연구』(1986년 초판 간행)의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강단 안팎에서 한문학을 연구하며 다산 정약용의 학문과 문학세계를 알리는 데 힘써왔고 이 분야의 대가로 명성을 얻은 송재소 교수 학문의 출발점이 되는 책이다. 저자는 ‘실학자로서 다산’에 초점을 맞추고 다산시를 다산사상(실학사상)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려 했다. 다산은 그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 해결책을 치열하고 진지하게 모색했다. 그런 모색이 한편으로는 『목민심서』나 『경세유표』 등의 저작으로 나타났고, 다른 한편으로는 방대한 시로 형상화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산의 많은 시 중에서 실학적인 사고가 비교적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크게 ‘사회시’ ‘자연시’ ‘우화시’로 나누어 심도 있게 고찰했다.
이 책은 연구서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고 복잡한 이론의 학술서와는 크게 다르다. 연구 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저자의 글 솜씨 덕분에 다산 문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널리 읽혀왔다. 개정증보판은 초판의 원형을 유지하되 현대 독자들을 고려하여 한자를 풀어주고 문장을 손질했으며, 본문에 인용된 다산시의 번역문에서 오역을 바로잡고 표현을 다듬었다. 한편 부록으로 실렸던 「사암선생연보」를 빼고 ‘다산의 사언시(四言詩)’에 대한 논문을 덧붙여 증보의 의미를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