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작가 페르디낭 오요노(Ferdinand Oyono)의 『늙은 흑인과 훈장』(창비세계문학 33)이 국내 초역됐다. 1950년대 아프리카 식민 사회와 인간의 삶을 증언한 주요한 문학적 성취로서 평가받는 세편의 소설 『어느 보이의 일생』(Une vie de boy, 1956) 『늙은 흑인과 훈장』(Le Vieux Negre et la Medaille, 1956) 『유럽으로 가는 길』(Chemin d’Europe, 1960)를 펴낸 오요노는 프랑스어권 흑아프리카 문학의 첫 고전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작품이 국내에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요노는 몽고 베띠(Mongo Beti) 우스만 쌍벤(Ousmane Dembene) 셰이끄 아미두 깐(Cheik Hamidou Kane) 등과 함께 식민 사회의 모순과 부정을 직시하고 그것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 그의 소설에서 식민지의 상황은 정치적 상황에만 한정되지 않고, 상이한 두 문화가 지배와 피지배, 갈등과 충돌의 양상으로 형성된 의식 세계를 반영한다. 즉, 백인 문화와 흑인 문화의 이질적이고 왜곡된 관계에서 굴절된 삶에 대한 구체적 면모를 보여주고 그 의미를 본질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소설 속 흑인 주인공은 식민주의 이데올로기로 왜곡되게 서술된 미개인의 모습을 탈피하면서 실존적 사회적 상황을 고민하고 각성하며 분노하는 문제적 인물이다. 작가는 작중인물을 통해 자신의 땅에 살면서도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살도록 강요받는 이들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작가의 시각은 식민지 사회에 사는 백인과 흑인 모두를 비판적으로 겨냥해 희비극 형태로 전달함으로써 현실의 다층적 구조를 포착해낸다. 말하자면 백인과 흑인 모두 각각 이질감을 느끼고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통찰하고 분석함으로써 식민지 사회라는 억압적 세계에서 서로 대립적인 두 문화가 만들어낸 왜곡되고 훼손된 삶, 의식의 갈등과 분열의 이중적 양상을 독특한 시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