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듯 고요한 문단을 공격한 폭탄’이라 불리며 중국 현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로 꼽히는 딩링. 전통에 저항하고 혁명에 앞장서는 여성 지식인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다수 남겼으며, 50년이 넘는 긴 집필 활동 동안 요동치듯 격변했던 중국현대사는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에 뚜렷한 각인을 남겨 오늘날에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되는 작가이다. 이 책은 네편의 중단편(『발사되지 않은 총알 하나』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 『병원에서』 ??두완샹??)을 싣고 있는데, 혁명의 요람이라 불리던 서부전선에서 농민, 홍군 들과 생활하다가 공산혁명 이후 문화계 관료로 활동하던 시기의 작품들이다. 초기 작품들이 여성의 정체성과 자의식을 주제로 현대적인 여성상, 혁명과 여성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다면,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공산당의 비판과 혁명기 지식인으로서 부딪힌 질곡 등을 겪은 이후의 작품세계를 대변한다. 격랑에 휩싸인 중국혁명기의 시대상은 물론, 당대 지식인들의 사유체계를 집약적으로 반영하여 작품 안팎으로 풍성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한다. 국내 초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