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역사학자인 제니퍼 마이클 헥트의 [살아야 할 이유]가 출간되었다. 오래된 동료 시인 두 명의 자살을 목도하며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삶과 죽음을, 특히 자기 살해에 의한 죽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자살은 인류 역사에서 어떻게 다뤄져 왔는가? 자살을 논하는 철학자들의 시선은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가? 현재의 우리는 자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저자는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역사학과 철학의 학문적 경계를 넘나들며 개인적, 학문적 역량을 이 책에 집약시킨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종교에서 철학까지, 시공간을 넘나드는 치밀한 분석을 통해, 삶이라는 고통 앞에서 힘들게 싸우며 버티는 사람들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제시하는 이 책은 저자가 시인의 감수성과 역사학자의 냉철함으로 자살이라는 다분히 모순적 행위의 실체를 파헤치는 하나의 [反자살론]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의 주장은 너무나도 단순 명료하다. 자살하지 말라는 것,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문명을 유지하고 있는 여러 사상들 사이에서 역사 속에 녹아 있는 자살 반대론들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묻고, 한데 뭉쳐 현대인들 앞에 내놓는 저자의 작업을 통해 독자들은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살과 관련해 무엇보다 생각의 힘을 믿는다는 저자는, 누군가 어느 순간에 결국 자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듯, 다른 누군가 마지막 순간 스스로에게 자살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묻게 된다면, 그 작은 생각의 전환이 죽음 대신 삶을 선택하게 만들고 이것이 개인은 물론 그 개인이 속한 사회의 미래를 공고히 하는 길이라 여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2,500년 동안 우리에게 용기를 내서 계속 살아가라고 권하고 있는 사상적 줄기의 실체를 깨닫길 바라고, 이를 통해 생사의 기로에 선 사람들이 위로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Contents
서문
감사의 말
들어가며
1장 고대 세계
2장 종교는 자살을 거부한다
3장 사느냐 죽느냐: 모더니즘의 출현과 함께 드러난 새로운 문제들
4장 세속 철학은 자살을 옹호한다
5장 공동체 논쟁
6장 공동체와 영향에 관한 현대 사회 과학
7장 미래의 자신을 위한 희망
8장 자살에 대한 20세기의 두 가지 주요 목소리
9장 고통과 행복
10장 현대의 철학적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