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할레드 알하미시는 카이로를 누비는 택시에서 만난 기사들의 목소리를 58편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작가가 2005년 4월부터 2006년 3월 사이 택시를 타고 다니면서 기사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과 택시에서 겪은 일들을 담았다. 작가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쓰는 퉁명스럽고, 생동감 있고, 솔직한 언어 그대로를 서술한다. 무바라크를 추앙하며 독재 정부를 지지하거나, 율법에서 자유로운 이슬람 여성을 비난하는 일부 편협한 기사들의 의견도 그대로 보여 준다. 본인의 목소리를 최소한으로 감추는 수동적인 내레이터를 자처하는 이러한 작가의 고집은 작품을 더욱 진솔하며 예리한 것으로 만들었다.
『택시』는 이집트인의 삶을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속사정의 기록〉이다. 카이로 시민은 어떻게 생계유지를 하는지, 이집트의 경제적 궁핍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오랜 독재 정부가 드리운 그늘은 얼마나 어두운지 등 지난한 혁명의 진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이집트인들이 갈망하던 것들이 58가지 이야기 속에 녹아 있다.
각자의 흥미로운 사연을 싣고 달리는 택시에서 독자는 카이로의 혼란스러운 거리만큼이나 굴곡진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길이 막혀 이집트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도 모르고 택시로 아프리카 횡단을 꿈꾸는 순진한 기사, 제약 회사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있음에도 벌이가 부족해 택시를 모는 기사, 방만한 공무원 행정 때문에 운전면허 갱신 한 번 하는데 진땀을 빼야 했던 기사, 동정심을 자극하여 요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 내려는 기사, 손님의 부탁에도 기독교 설교 테이프를 절대 끄지 않는 크리스천 기사, 무슬림 형제단의 집권을 기원하는 기사 등 개성 넘치는 그들의 사연이 조각조각 모여 〈이집트의 인생〉이라는 하나의 콜라주를 완성한다.
택시 안에서, 58개의 목소리로 듣는 인생, 이집트의 인생
택시 기사 58명이 화자가 되어 인생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구성의 소설 『택시』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택시』는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고 있는 이집트 작품이다.
작가 할레드 알하미시는 카이로를 누비는 택시에서 만난 기사들의 목소리를 58편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온갖 사연을 가진 기사들을 속도감 있게 마주치는 『택시』의 지루할 틈 없는 구성은, 마치 카이로의 혼잡한 거리에서 택시를 바꿔 타며 한바탕 수다를 떠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택시』는 이런 기발한 형식 외에도 2011년 이집트 혁명의 배경을 다룬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1월, 이집트 민중은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고, 이집트 혁명의 불꽃은 중동, 아프리카 다른 지역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꺼지지 않고 있다. 『택시』는 이러한 혁명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이집트 민중의 진짜 속사정을 담으며 더 이상 부패할 것도 없이 썩어 버린 부조리한 이집트 사회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택시 기사들의 목소리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고된 일상을 사는 우리들의 평범한 삶을 은유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혁명전야의 날처럼 위태로운 이집트의 현실을 그대로 그려 내는 자화상인 셈이다.
Author
할레드 알하미시,허진
1962년 카이로에서 시인 아버지와 배우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집트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영화감독이다. 문학도를 꿈꿨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불공정한 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정치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건너간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이집트 국영 신문 '알아람' 파리 지부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했다. 3년 후 카이로로 돌아온 그는 프로덕션을 설립해 드라마와 영화를 연출, 제작했다. 현재는 글쓰는 일에만 전념하여 아랍권 여러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 알하미시는 첫 소설 '택시'에서 저널리스트와 영화감독으로서의 재능을 발휘해 픽션과 르포를 넘나드는 독특한 소설을 완성했다. '택시'는 작가가 만난 택시 기사 58명의 이야기로, 혼란스러운 대도시를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들을 생생하게 그린 소설이다. 기사들은 생계 유지의 고단함부터 아이들 교육 걱정, 졸속 행정에 대한 속 시원한 독설까지 거침없는 의견을 펼친다. 정치 풍자적인 내용이 들어간 책을 출간하는 것은 이집트에서는 아주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알하미시의 과감한 시도는 대중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택시'는 이집트에서 4년 연속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으며 1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이집트 민중의 숨은 이야기를 세계에 알렸다.
1962년 카이로에서 시인 아버지와 배우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집트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영화감독이다. 문학도를 꿈꿨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불공정한 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정치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건너간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이집트 국영 신문 '알아람' 파리 지부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했다. 3년 후 카이로로 돌아온 그는 프로덕션을 설립해 드라마와 영화를 연출, 제작했다. 현재는 글쓰는 일에만 전념하여 아랍권 여러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 알하미시는 첫 소설 '택시'에서 저널리스트와 영화감독으로서의 재능을 발휘해 픽션과 르포를 넘나드는 독특한 소설을 완성했다. '택시'는 작가가 만난 택시 기사 58명의 이야기로, 혼란스러운 대도시를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들을 생생하게 그린 소설이다. 기사들은 생계 유지의 고단함부터 아이들 교육 걱정, 졸속 행정에 대한 속 시원한 독설까지 거침없는 의견을 펼친다. 정치 풍자적인 내용이 들어간 책을 출간하는 것은 이집트에서는 아주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알하미시의 과감한 시도는 대중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택시'는 이집트에서 4년 연속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으며 1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이집트 민중의 숨은 이야기를 세계에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