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아 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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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3/06/20
Pages/Weight/Size 115*190*20mm
ISBN 9788932461380
Categories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Description
리스펙토르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위태로운 모험
유의할 점은 하나, 오직 무방비할 것


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쓴 모든 글은 이상하고 열렬한 수수께끼에 휩싸여 있지만, 그중에서도 『아구아 비바』는 가장 위태로운 자리에 놓여 있다. 이 작품은 뼈대가 없다. 전개도 결론도 없다. 리스펙토르는 언어 너머의 세계를 탐구하면서도 그 과정을 기록할 때만큼은 소설적 구조를 일부 차용했지만, 『아구아 비바』에서는 예외적으로 그 틀을 완전히 부수어 버렸다. 즉 이 작품 속의 리스펙토르는 가장 자유로운 리스펙토르이고, 따라서 그 뒤를 쫓는 건 완전히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이 작품에서 범신론적인 고뇌나 철학적인 사고를 발견했지만, 리스펙토르(정확히는 ‘이 책의 화자’)는 그런 생각들마저 하나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마치 돌이나 풀을 바라보듯 가만히 관찰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의미는 증발하고 오직 대상 자체만이 남게 된다. 방금까지는 하나의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덩어리에 가까워진, 따라서 보고 만지는 데에 더욱 특화된 그 무엇. 그래서 『아구아 비바』의 화자는 자신이 하는 말을 ‘피상적으로만 들으라’고 권한다. 문장을 이해하려 들지 말고 마치 색깔이나 소리를 느끼듯이 감지해 보라는 요청이다. 사고를 감각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이렇듯 『아구아 비바』는 이성의 방어를 천천히 무너뜨리며 육박해 오는 ‘문학-같은-것’이다. 여기서 의미는 내내 파괴되고, 리스펙토르는 그 폐허에 색깔과 소리와 향기와 맛에 관한 묘사를 심으며, 그러는 이유는 작가 자신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이상한 무지無智에서는 다른 어떤 문학 작품에서도 만날 수 없는 에너지가 흘러나온다. 이것은 정말로 이상한 경험이다. 리스펙토르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아구아 비바』를 꼽은 건 이 기묘하고 열렬한 감각 때문일 것이다.
Contents
차례 없음
Author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민승남
1920년에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고, 그해에 러시아 내전을 피해 이주를 결심한 가족과 함께 브라질로 갔다. 1933년에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를 읽고 작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법대에 진학한 뒤로도 문학 작업을 병행하다 1940년에 첫 단편을 발표했다. 법대를 졸업한 뒤로는 신문 칼럼니스트로 일하며 1943년에 첫 장편 소설 『야생의 심장 가까이』를 발표했고, 브라질 문단에 충격을 안긴 이 작품은 그해 최고의 데뷔작에 주어지는 그라샤 아랑냐상을 수상했다. 사람들은 이 작품이 제임스 조이스와 버지니아 울프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예상했지만, 리스펙토르는 그때까지 이 두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본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작품의 제목은 조이스와의 연관성을 감지한 편집자가 제안한 것이었다).

1944년부터 1959년까지 외교관이던 남편과 함께 유럽과 미국 등지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갔지만, 이후로는 남편과 갈라서고 자녀들과 함께 브라질로 돌아와 여생을 보냈다. 귀국한 뒤로는 화재를 겪으며 큰 화상을 입는 등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갔다. 57세 생일을 앞두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난소암으로 사망했다.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대표작 『별의 시간』을 비롯해 『G.H.에 따른 수난』, 『아구아 비바』 등 그녀가 남긴 많은 작품은 21세기 들어 브라질 바깥에서도 재조명되며 선풍을 일으켰다. 이때 그녀의 작품을 주도적으로 번역하고 편집한 벤저민 모저는 그녀를 카프카 이후 가장 중요한 유대인 작가로 꼽았다.
1920년에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고, 그해에 러시아 내전을 피해 이주를 결심한 가족과 함께 브라질로 갔다. 1933년에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를 읽고 작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법대에 진학한 뒤로도 문학 작업을 병행하다 1940년에 첫 단편을 발표했다. 법대를 졸업한 뒤로는 신문 칼럼니스트로 일하며 1943년에 첫 장편 소설 『야생의 심장 가까이』를 발표했고, 브라질 문단에 충격을 안긴 이 작품은 그해 최고의 데뷔작에 주어지는 그라샤 아랑냐상을 수상했다. 사람들은 이 작품이 제임스 조이스와 버지니아 울프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예상했지만, 리스펙토르는 그때까지 이 두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본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작품의 제목은 조이스와의 연관성을 감지한 편집자가 제안한 것이었다).

1944년부터 1959년까지 외교관이던 남편과 함께 유럽과 미국 등지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갔지만, 이후로는 남편과 갈라서고 자녀들과 함께 브라질로 돌아와 여생을 보냈다. 귀국한 뒤로는 화재를 겪으며 큰 화상을 입는 등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갔다. 57세 생일을 앞두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난소암으로 사망했다.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대표작 『별의 시간』을 비롯해 『G.H.에 따른 수난』, 『아구아 비바』 등 그녀가 남긴 많은 작품은 21세기 들어 브라질 바깥에서도 재조명되며 선풍을 일으켰다. 이때 그녀의 작품을 주도적으로 번역하고 편집한 벤저민 모저는 그녀를 카프카 이후 가장 중요한 유대인 작가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