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나스 철학이 지니는 강점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과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방향을 일깨운다는 데에 있다. 레비나스가 말하는 윤리는 해체 이전의 것이다. 그에 따르면 윤리는 존재론에 앞서기 때문이다. 윤리란 타자와의 관계에서 성립하는 것인데, 타자와의 관계는 모든 이해(理解)나 해석에 우선한다. 우리의 삶은 어떤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 관계하는 데서 비롯한다. 주체 자체가 타자에 의해 형성되고 성립된다는 것이 레비나스의 생각이다. 타자와의 관계 이전에 어떤 주체를 설정하고 그 주체에 의해 의미 세계가 구성된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레비나스의 견지와 큰 거리가 있다. 레비나스에게서 무게의 중심은 동일자로서의 주체가 아니라 타자에게 놓인다.
우리의 삶은 타자와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그 만남이 우리를 주체로 분리시키고 자리 잡게 한다. 내 삶에서조차 내가 먼저일 수 없는 것이다. 나의 삶은 타자의 호소나 명령에 응답함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진다. 모름지기 삶이란 어떤 반응과 더불어 성립한다. 인식이 먼저가 아니라 반응이 먼저다. 또 그 반응은 내가 아닌 타자와의 관계를 전제하기에, 타자를 받아들이는 감성이 계산하고 판단하는 이성에 우선한다. 세계에 대한 전체적 파악으로서의 존재론은 이런 인식을 체계화한 것이니만큼, 타자와 맺는 근본적 관계인 윤리에 앞설 수 없다.
Contents
여는 글 - 타자와 욕망
1장 전체성 너머의 윤리
― 에마뉘엘 레비나스와 그의 철학
레비나스의 풍모
생애와 저작
존재론과 윤리
타자의 무한성과 얼굴
향유와 환대
동일성 너머의 윤리
레비나스 철학의 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