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려하고도 섬세한 문체는 비평적 글쓰기의 기본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라는 찬사와 함께 데뷔한 문학평론가 김나영의 첫번째 평론집 『말과 말 아닌 것』(문학과지성사, 2023)이 출간되었다. 200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에 당선된 '김선우론'은 시인의 작품 세계를 해석하고 부연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닌, '새로운 비평적 호명'을 달성해냈다는 평과 함께 당대 문단의 뜨거운 주목을 받는다. 이후로도 김나영은 탁월한 비평적 감수성과 텍스트의 맥락을 발견해내는 발견술을 통해 단연 뛰어난 해설들을 발표해왔다.
문학 비평을 해석한 지 햇수로 15년 차에 접어든 저자는 그 시간 동안 한국 사회의 중대한 사건을 온몸으로 겪어내야만 했다. “차벽과 물대포와 촛불 광장을 마주했고, 여러 번의 찬사를 목도”했다. 그 혼란 속에서도 문학 비평이 지켜야 할 자리에 대해 고민하며 “그에 맞선 목숨을 건 투쟁들을 빠짐없이 알고자” 했다. 이렇듯 평론가 김나영에게 문학 비평이란 자신의 목소리를 지키는 동시에 매 순간 타자의 세계를 탐문하고 함께 살아가고자 한 다짐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김나영은 자신의 첫 책, 『말과 말 아닌 것』에서 비평의 특성과 숙명에 대해 다시금 짚어나간다. 이는 비평이 작품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나 '태도'에서 머무는 게 아닌, 자기 자신을 둘러싼 변화를 유연하게 수긍하고 확장시키는 과정임을 의미한다. 이렇듯 김나영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비평이 가져야만 하는 '책임감'이었다. 텍스트를 분석하고 해체하여 다시 그 속의 의미를 헤아리는 작업은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고 책임지려는 태도를 갖췄을 때야 비로소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한가운데서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더 창조적인 텍스트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돌봄'의 시간을 받아들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히 “좋아해서” 시작했던 문학 비평은 삶에 관한 탐구와 질문으로 이어졌고, 평론가 개인과 세계를 온당하게 책임지려는 시도가 되어주었다. 이렇듯 나와 타인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삶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이어가는 평론가 김나영은 “믿음이 헛되지 않도록, 진실과 성실을 다하고자 노력할 것”(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당선 소감)이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지켜왔다. 오랜 시간 성실하게 문학으로 삶의 궤적을 그려온 작가의 첫 책은, 오랜 약속에 대한 응답이자 한국 문학이 오래도록 지켜오고자 했던 순수한 열망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말과 말 아닌 것'은 언어의 방법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간단히 분별하고자 하는 의도로 붙인 제목이라기보다는, 문학이 애초에 언어로 씌어졌으나 언어에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것들을 말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나의 믿음에 대한 표현이다. 문학은 말을 통해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준다. 언제나 문학은 이 밖의 것을 거듭 말의 안으로 껴안아보려는 시도일 것이다. _「책머리에」
Contents
책머리에
1부 일상과 문학
시는 일상이다 ― 이성복 시의 일상성
시를 짓고, ‘나’는 산다 ― 신해욱과 김언의 시
시작을 전복하는 2000년대의 여성시
통감하는 주체, 유무의 경계 너머의 말들
본의가 아닌 본의로 ― 동명이설(同名異說)의 동상(同相)들
도시에 대한 상상,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 ― 구병모와 김사과의 장편소설
소설의 사실 ― 2010년대 한국 소설의 한 동향
현실과 문학의 현실 ― 문학이 공론장에서 활용되는 방식들
2부 시의 얼굴들
일기가 되지 못한 노래 ― 이성복론
비법(非法)의 비법(秘法) ― 김언론
그, 말을 오래 중얼거리다 ― 이장욱론
시인이여, 불참(不參)에 참여하라 ― 서효인론
어떻게 탄생할 것인가 ― 이원론
아름답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 이수명론
시의 가능, 사라진 마을의 복기 ― 백은선론
현실의 이면을 투영하는 시 ― 김리윤론
3부 소설의 시간
시간의 길이와 소설의 깊이 ― 윤성희, 「이틀」
구원하며 구원되는 실감 ― 김애란, 「물속 골리앗」
위로, 마음을 되짚는 길 ― 정소현, 「돌아오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 편혜영, 「야행(夜行)」
한계 없는 이야기의 방법 ― 손보미, 스타일이라는 동력
죽음과 얼음 ― 『연대기』에 이르는 한유주 소설의 연대기
4부 문학의 무늬
삶, 다른 시간들의 접속사(史)
속수무책(束手無策),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여지들
얼굴도 이름도 없이
· 작가 소개
Author
김나영
1983년 구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예비평을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계간 『자음과모음』 편집위원이다.
1983년 구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예비평을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계간 『자음과모음』 편집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