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삶과 사상,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부르디외의 수용 문제를 성찰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아틀라스의 발』이 출간되었다. 부르디외 이론을 번역, 소개해온 문화연구자 이상길 교수의 20여 년간의 연구가 농축된 이 책은 부르디외의 삶과 학문 세계를 긴밀하게 연결하며 부르디외가 제시한 사회학적 방법론을 부르디외 자신에게 적용시켜 쓴 새로운 ‘사회학적 전기’라 하겠다.
한 통계에 의하면, 부르디외는 푸코, 하버마스, 기든스, 고프먼을 훨씬 뛰어넘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회학자로 꼽혔으며, 매년 다양한 학문 분과에서 부르디외를 인용하거나 부르디외를 다룬 단행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외국의 현황과는 대조적으로, 부르디외 이론에 대한 국내의 연구 상황은 놀랄 만큼 정체되어 있다. 우리 학계에서 부르디외 사회학을 논의하기 시작한 지도 20년 이상이 지났고, ‘장’ ‘하비투스’ ‘구별짓기’와 같은 부르디외의 개념들이 일상적으로 쓰이게 되었으며, 대부분의 저작이 우리말로 옮겨져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연구의 지체 상황은 의미심장하다.
저자는 부르디외에 관한 “국내의 이론적 연구 작업의 정체를 우리 학계 내 이론문화의 빈곤을 가리키는 하나의 징후로 읽을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해외 이론이 현실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적절하게 활용되기보다는, 수사학적 효과를 위해 파편적으로 동원되다가 시간이 흐르면 ‘한물간’ 이론이 되어, 기존 이론들의 더미 위에 별 의미 없이 누적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상길 교수는 지식의 역사성과 맥락 구속성, 그리고 현실에 밀착한 연구를 강조했던 “부르디외의 사유 전체가 어떤 면에서는 ‘지식인과 그의 활동에 대한 급진적인 비판’이자 사회학자로서의 근본적인 자기반성”이었음을 강조하며, 부르디외가 제시한 ‘성찰적 사회학’이 해외 이론의 생산적 수용과 학문의 탈식민화라는 우리 학계의 장기적인 과제를 위한 ‘도구’로서도 전략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주장한다.
Contents
들어가며: 대상이자 방법으로서 부르디외
1부 지식인의 초상
1장 ‘피에르’는 어떻게 ‘부르디외’가 되었나?
사회학자의 삶을 둘러싼 말들의 풍경
‘피에르’가 ‘부르디외’가 되기까지
지배에 대한 과학적 비판의 기획
부르디외 이후의 부르디외
2장 부르디외의 지적 하비투스
‘창조 기술’을 들여다보기
다섯 가지 원리
학문적 유산: 수표, 현금 그리고 빚
3장 부르디외의 사회학적 참여와 미디어 실천
사회학자-언론인 부르디외
사회학적 참여의 논리
미디어 실천의 전략과 성과
근대적 지식인론의 한계
지식인의 영도零度
2부 이론적 지평
4장 장이론의 재구성
부르디외 미완의 기획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
사회적 소우주로서의 장
문화 생산과 지배
세계의 폭력성
5장 장이론의 비판적 활용
장이론을 작동시키기
이론적 쟁점들
방법론의 문제: 실용주의와 성찰성
6장 비도덕적 사회와 도덕적 인간
이기적 개인들의 투쟁공간
‘우애’라는 비좁은 해방구
공리주의에 반대하며
경제학적 유비와 철학적 존재론
다시 이론적 질문으로
7장 언어, 상징폭력, 과학
언어와 권력
언어 중심주의 비판
언어 교환의 경제
언어에 관해 과학적으로 말한다는 것
새로운 언어사회학의 전망
3부 수용의 단층
8장 이론 읽기의 탈식민화 전략으로서 부르디외의 읽기 이론
이론 읽기의 이론
과학에 대한 신념과 그 근원
이론주의를 넘어서
이론 수용의 정치와 규범적 읽기 전략의 옹호
외국 이론 읽기/쓰기의 또 다른 가능성을 향하여
9장 부르디외의 번역과 수용, 혹은 ‘이론은 어떻게 여행하는가?’
옮겨지는 텍스트, 유목하는 이론
부르디외 번역의 사회학적 성찰
원서에서 국역본으로: 부르디외 저작의 여정
국내 부르디외 번역과 수용상의 굴절
학술 번역과 지식 수용의 교차로에서
10장 포스트식민 상황에서 비판적 문화연구를 가르치기
지식과 태도로서의 문화연구
부르디외를 가르치고 배우기
이론의 하얀 얼굴
외국 이론을 통한 우리 현실과의 대화
참고문헌
출전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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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이상길
이상길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로, 프랑스 사회이론과 한국의 미디어 문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및 같은 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파리5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파리1대학교에서 철학과 DEA 과정을 수료했다. 《인문예술잡지 F》를 이끌면서 여러 분야의 학자들과 활발하게 교류했고, 사회이론 및 미디어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틀라스의 발-포스트식민 상황에서 부르디외 읽기』(2018), 『상징권력과 문화-부르디외의 이론과 비평』(2020) 등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찰스 테일러의 『근대의 사회적 상상』, 피에르 부르디외의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 미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상길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로, 프랑스 사회이론과 한국의 미디어 문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및 같은 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파리5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파리1대학교에서 철학과 DEA 과정을 수료했다. 《인문예술잡지 F》를 이끌면서 여러 분야의 학자들과 활발하게 교류했고, 사회이론 및 미디어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틀라스의 발-포스트식민 상황에서 부르디외 읽기』(2018), 『상징권력과 문화-부르디외의 이론과 비평』(2020) 등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찰스 테일러의 『근대의 사회적 상상』, 피에르 부르디외의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 미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