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의 이사

『임금님의 이사』는 말솜씨가 없는 임금님과 친구들이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들을 역설적으로 아름다움과 따뜻함으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임금님이 친구들의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게 아니고, 친구들이 임금님의 말을 잘못 알아들은 건데도 불벼락이 떨어지기는커녕 이들이 뿜어내는 행복 바이러스는 배가 되어 주변을 따뜻함으로 물들입니다. 그 일들의 밑바탕에는 임금님과 친구들 모두에게 상대를 위하고 생각하는 이타적인 마음이 충만합니다. 말보다도 중요하고 앞서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정한 임금님과 마음씨 좋은 친구들을 통해 깊이 있고 산뜻하게 그려 낸 그림책입니다.

권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임금님과 어째 임금님과 비슷해 보이는 친구들. 이들은 주인공임에도 큰 자리를 차지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양쪽으로 펼쳐진 장면 어딘가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행하며 이야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임금님과 친구들이 이번에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찾아보며, 작가가 세세하게 그려 넣은 갖가지 물건들을 차분히 감상하는 것도 그림책을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