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전환기 타이완의 모습을 반영하는 동시에 한계와 모순을 극복하고자 한, 타이완의 국민작가 천잉전 작품 3개를 엮은 작품집이다. 천잉전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지난 50여 년간 타이완이 겪었던 변화가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전쟁과 분단, 전후 힘의 논리와 정치적 억압의 시대, 경제성장과 그 이면에 자리한 어둠, 공동의 가치가 사라진 1990년대의 방황, 타이완의 독립을 바라는 세력이 점차 주류가 되어간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남한 사회와 너무도 비슷한 궤적을 그려온 타이완의 역사 한가운데에서, 천잉전의 소설은 늘 불덩이 같은 당대의 화두를 이끌었다.
이제 한국 나이로 76세가 된 노령의 작가 천잉전이 그의 문학적 신념을 응축해 육화한 소설이 바로 이 책 [충효공원(忠孝公園)]이다. ‘국가’와 ‘이념’이라는 외부 기제가 개인의 삶과 의식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통일의 본질과 명분은 무엇인지, 그 안에서 과연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 작가는 마치 타이완 현대사의 질곡을 몸에 그대로 새기고 있는 듯한 세 편의 주인공들을 통해, 이 질문들을 끝까지, 최후까지 밀고 나간다.
천잉전은 한국의 독자들과는 그다지 친근하지 않다. 그러나 역사의식과 강렬한 사회 참여의식이 반영되어 있는 천잉전의 소설은 한국의 독자들이 읽기에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타이완의 지난 역사가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이고, 또 작가가 타이완 사회의 변천과 고뇌를 적확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