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피타 히메네스

19세기 스페인 작가 후안 발레라는 유려한 문체와 탁월한 예술적 감각으로 유럽 전역에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했다. 그는 낭만적인 주제를 뛰어난 심리묘사로 형상화해 당시의 사실주의 경향으로 구분될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했는데, 바로 그 대표적인 작품이 『페피타 히메네스』이다. 스페인 문학을 대표하는 최고의 근대 소설로 꼽히는 이 작품은, 신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겪는 갈등과 번민을 편지의 형식을 빌려 그리고 있다.

사제 서품을 앞두고 잠시 고향을 찾은 돈 루이스는 그곳에서 아버지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 페피타 히메네스를 만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녀의 아름다움에 점점 빠져드는 돈 루이스는 자신의 감정을 애써 부인하려 하지만, 결국 그녀와의 사랑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사제가 되고자 하는 신념이 흔들리고, 아버지와 연적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그는 커다란 두려움과 혼란을 겪는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시대를 뛰어넘는 영원한 화두, 사랑의 다양한 방식에 대한 가슴 떨리는 보고서이다.